석유자원 전쟁의 실체

 

글쓴이 이문근 (전북대교수·전자정보공학부)

1. 유가폭등

2001년 미국의 9/11 사건 이전의 두바이유(아시아 시장을 대표하는 중동 원유)의 배럴당 가격은 $25.7 였다. 이 가격은 9/11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03년 3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전후에 $30을 넘어, 최근 $41.27(2004년 8월 20일, 9/11 이전보다 61% 상승)를 기록하며 고가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 기간동안 두바이유와 더불어 세계 유가를 대표하는 미국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 북해산 브렌트유도 비슷한 비율로 각각 최근 $49.27와 $45.15(2004년 8월 20일 현재)를 기록하고 있다.

2. 외형적 유가 상승 원인

유가 역시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서 결정되며, 이 원칙에서 볼 때 최근 3~4년 사이에 발생되고 있는 유가상승의 원인은 수요에 대한 공급의 불안전성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세계 원유의 제 2매장량을 자랑하고 있는 이라크(그리고 근접 국가인 사우디와 이란은 각각 세계 제 1위의 원유 매장량와 세계 매장량의 8%를 차지함)에 대한 미국의 침공과 이 침공의 결과 발생될 수 있는 원유 공급의 차질이 침공 당시의 유가 상승의 원인이 되었다. 그리고 최근 유가 상승 원인은 침공 당시 미국 정부가 수개월 이내에 친후세인 세력을 제거하고 일년 내에 친미 정권을 수립할 수 있다고 장담하였던 것과는 다르게, 이라크 내외의 반미 이슬람민족세력들의 저항과 항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원전과 원유 공급 파이프라인 등이 파괴되는 이라크 내의 항미 운동으로 원유공급의 차질, 이라크내의 정치 불안, 중동지역의 이슬람민족주의의 저항, 그리고 소위 '21세기 종교전쟁'으로까지 확대되는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나이지리아, 베네주엘라, 러시아 등과 같은 이라크 이외의 다른 원유산유국에서 정치/경제적인 불안 요인들이 유가상승을 부추겼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면미국의 이라크 침공 (2002년 3월) 7개월 후, 2002년 10월에 발생한 베네주엘라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파업, 최근 국제 유가가 고가 행진을 계속하는 가운데 발생한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투표, 그리고 러시아 제1의 석유회사인 유코스에 대한 정부의 압박과 부도설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들은 베네주엘라는 세계 원유생산 4위인 국가이며, 러시아는 세계 원유 매장량의 10%와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20%를 가지고 있는 에너지 강국이라는 점이다. 또한 나이지리아도 미국의 네 번째 원유수입국이라는 사실이다.

추론해 보건대, 이러한 사실들은 원유가가 몇가지 단편적인 공급 요인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정치/경제적인 구조 하에서 복합적이고 전체적인 다양한 요인들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3. 실질적 유가 상승 원인

원유는 전세계 물류의 약 10%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원유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산업의 규모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약 60~70%라고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중동에서 1960년 OPEC 출범과 동시에 미국의 달러가 OPEC 석유 판매의 기본 화폐로 사용된다고 하니 달러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에 비례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리라. 세계경제사 면에서 본다면 미국은 이를 기반으로 2차대전 이후 지금까지 엄청난 기득권을 누려왔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2003년 3월에 발생한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침공은 한편으로는 이런 자본의 헤게모니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이 침공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안정적인 원유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중동은 세계 제 1의 원유 매장량과 생산량을 자랑하고 있다. 1차, 2차 석유 파동은 중동 지역의 정치경제 문제와 원유 생산량의 감소 및 공급 때문에 발생한 결과였다. 사우디 다음으로 세계 제 2의 원유 매장량을 가진 이라크의 문제, 즉 중동에서의 미국의 정치경제적 헤게모니에 대한 도전은 미국의 안전한 에너지 자원 확보와 공급이라는 전략에 커다란 걸림돌이 됨은 분명했다.




둘째, EU(유럽 연합)의 정치경제력을 약화시키기 위하여. EU 출범 이후 달러를 기반으로 한 미국의 전세계적 정치경제 기득권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단적인 예로는 중동 지역에서 원유 거래 및 결재 시 이라크와 같은 OPEC 국가에서의 유로화의 사용 및 확대 (미국의 이라크 침공 전, 특히 2002년 이라크는 달러가 아닌 유로화를 사용하여 약 70% 정도의 상대 환차익을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각국 중앙은행의 유로화 외환보유고의 비중 확대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침공 의도는 이처럼 달러에 위협적인 유로화를 약화시키기 위하여 EU 산업의 에너지 공급원인 중동과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의 에너지원, 즉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코소보 사태, 체첸 사태, 아프카니스탄 침공도 이라크 침공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셋째, 미국 구자본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하여. 미국은 클린턴 집권 당시 IT(Information Technology) 산업을 기반으로 한 미국 신자본의 급성장에 힘입어 경제 호황을 누리는 동안, 상대적으로 석유 산업, 국방 관련 군산복합체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구자본은 경제 불황을 겪게 되었다. 그 결과 구자본은 2000년 대선 당시 부시 진영을 지원하였고, 당선 이후 부시 정권이 적극적으로 구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영화 '화씨 911'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준 바와 같이, 9/11 수습과정과 이라크 침공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흐름에서 본다면 결국 이라크 침공은 미국 달러자본의 헤게모니를 위해 발생된 사건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4. 에너지 자원 전쟁




사회가 고도로 산업화 되면서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가고, 현재의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다. 그리고 이러한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은 전쟁(이라크), 차관에 대한 담보(멕시코), 원전 개발 및 양산 투자(후진국에 대한 선진국 투자), 합병 등의 다양한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유가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는 러시아 유코스 사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러시아는 세계 제 2위의 원유, 세계 제 1위의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그리고 시베리아는 세계 석유의 10%, 천연가스의 20%가 매장되어 있고, 그 중 20% 정도 밖에 개발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을 외국 자본가들이 확보하기 위하여 러시아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러시아의 석유 산업은 루시아 페트롤리움(RP)이라는 시베리아 자원개발을 주도하는 국영기업(1위)과 유코스(2위), 루크석유(3위), 루멘석유(4위), 시브네프트(5위) 등과 같은 민영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발맞추어 영국의 대표적인 석유회사인 BP(British Petroleum)가 러시아 제 4의 석유기업인 루멘석유의 주식 50%를 80억 달러에 매수하여 TNK-BP라는 합병회사를 만들었고, 이 회사는 러시아 제 3의 석유기업이 되었다.

또 2003년 4월, 유코스와 시브네프트가 합병해, 자본금 350억 달러의 러시아 제1의 그리고 세계 제4위의 거대 석유 메이저 유코스시브네프트가 새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합병과정에서 세계 제1의 미국 석유기업인 Exxon-Mobile이 자산 규모 3백30억 달러로 유코스의 회장을 배후에서 조종하여 유코스 주식을 사들이는 협상을 추진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러시아 정부가 직접 나서 합병을 적극적으로 가로막았다.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10월 유코스 회장을 탈세 혐의로 구속하고 유코스에 세금 34억 달러를 부과하였고 주식 44%를 동결시켰으며, 시브네프트에게도 탈세 추징금 10억 달러를 부과하였다. 2004년 8월, 마침내 유코스는 파산위기에 놓여있다고 발표되었다 (2004년 8월 12일).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미국과 영국의 시도가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이에 대한 푸틴 정부의 자국 에너지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통제가 강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참고로 <그림 1>은 지난 100년간의 세계 메이저 석유기업의 변천 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거의 미국과 영국 기업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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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세계 메이저 석유 기업의 변천 과정




이러한 세계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미국, 영국, EU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또한 그 대상 역시 이라크를 포함한 중동, 중앙아시아, 시베리아 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본의 논리가 적용되는 한, 자원이 존재하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어떠한 국가나 기업에 의하여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활동은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5. 한국의 에너지 전략




한국의 석유 소비는 미국(25.4%), 중국(7.0%), 일본(6.9%), 독일(3.6%), 러시아(3.5%)에 이어, 세계 6위(3.0%)이다 (2004년 6월, 한국석유공사). 그리고 에너지 해외의존도는 97%가 넘는다 (2003년, 에너지통계연보).

당연히 최근의 유가 상승은 우리 경제와 국민생활에 치명적인 타격을 미치고 있다. 상승이 장기 지속될 경우,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 불황은 경제 위기로 악화될 수도 있다고 한다. 막대한 석유 소비와 에너지 해외의존도를 감안한다면, 석유자원에 의존도가 높은 화학, 섬유, 항공, 자동차, 건설, 식품, 유통 등으로 수출 전략 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는 매우 심각해질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는 전략적으로 국내 대륙붕 개발, 그리고 아시아(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등), 아프리카(리비아, 예멘, 말리 등), 남아메리카(베네주엘라, 아르헨티나 등), 호주 등을 포함한 해외 석유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에너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이렇게 원유가 고가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최근,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북한에 매장된 석유의 개발이다.

조선일보 기사는 북한에서 시추 결과 서해안 7곳, 동해안 2곳에서 유징이 발견되었다고 보고했다. 서해안은 평남 숙천 등에서 97년 캐나다 칼텍사가 시추하여 약 50억~4백억 배럴 상당의 원유가 매장돼 있다고 보고했다 (1998년 1월 21일). 동해안은 함경도 상농노동자구에서 시추하였고 이 원유는 수퍼 라이트 크루드 오일(Super Light Crude Oil)로 판정되었다고 한다. 이 원유는 동남아 천연가스층에서 가스와 함께 발견되는 물처럼 투명한 고품질 원유로 북한에서는 처음 발견되었다고 한다 (2003년 2월 21일). 이는 천연가스도 발견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유전 개발권은 캐나다 사버린 벤처스사와 계약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서해안과 동해안 유전의 총 매장량은 5백88억~7백35억 배럴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자료에 의하면 중동 지역의 석유 매장량이 6천8백56억 배럴(석유공사, 2001년)이라고 하니 이는 약 중동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량이다. 년간 원유 소비량이 남한 약 8억3585만 베럴 (석유공사, 2002년), 북한 약 1천112만 배럴(KOTRA, 2001년)을 기준으로 하여 남북한이 매일 약 375만 배럴을 소비한다고 가정한다면, 아니 남과 북이 비슷한 경제발전이 이루어져 남북한이 매일 약 500만 배럴씩을 소비한다고 가정할 경우, 이는 남북한이 약 70년에서 87년을 쓸 수 있는 량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북한이 원유 개발에 어려움이 있는 이유는 채굴 장비와 자본 등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한국석유공사가 이 석유 자원을 민족공조차원에서 북과 공동으로 개발하는 것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노력은 개성과 신의주 공단을 기반으로 형성될 남북경제교류와 민족자립경제의 초석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나아가 이를 기반으로 미국, EU와 더불어 세계 3대 경제 블록의 하나가 될 동북아시아 경제권과 동아시아 자본을 형성하기 위해 지정학적, 정치경제적 환경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유럽과 연결될 대륙 횡단 철도와 고속도로를 통해 미국 달러자본에 의한 폐해와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EU와 연대가 가능해지게 될 것이다.

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은 이러한 측면에서 러시아가 시베리아 에너지 자원 개발 및 유통에 남북한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중국과 일본에 대한 러시아의 전략적인 의도가 담겨 있다. 지정학적, 그리고 정치경제 상황에서 우리 주변 국가 중 가장 통일을 바라는 국가는 러시아라는 사실이다. 반면 통일을 바라지 않는 국가는 당연 일본과 중국임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아니 중국과 일본은 우리의 통일을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6. 맺는 말




최근 $50(미국 서부 텍사스 중질유, WTI 기준)에 육박하던 유가의 20%가 넘는, 최고 $10 가량은 투기 프리미움으로 분석된다는 미국 파이낸셜지의 보도가 있었다 (2004년 8월 21일).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세계적으로 원유에 대한 수요보다도 원유재고분에 의한 공급이 많았다는 사실과 세계 원유의 약 40%를 담당하는 OPEC가 하루 약 210~270만 배럴은 추가 생산하고 있었다는 사실(2004년 8월 20일, 한겨레)을 감안한다면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는 유가를 결정짓는 요인 중의 하나로 헤지펀드의 투기성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위미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미국의 침공에 대항하여 싸우는 이라크 민중의 목숨마저 헤지펀드, 즉 달러 자본의 투기를 위한 수단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국제사회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갈등과 대립은 다양한 측면에서 이윤 창출을 위한 자본의 운동과 독점에 관련된 문제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유가 상승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미국과의 대부분의 국제 분쟁은 미국 달러 자본에 대한 민족 자본 및 세력과의 갈등과 대립이거나, 달러 하게모니에 도전하는 EU의 유로화(또는 미래 제3의 자본인 동아시아 자본)와의 갈등과 대립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이런 관계에서 정치는 단지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와 과정을 형식화한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군사적 또는 물리적 해결책은 이러한 관계와 형식을 극단적인 힘의 논리로 해결하기 위한 최후의 선택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도덕성과 윤리성은 단지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사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떤가. 이런 국제 정세에 직간접적 영향에 놓여있는 우리는 어떤 상황에 직면해 있는가. 19세기 중반부터 본격화된 제국주의 국가들의 침략. 그리고 신자유주의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그들의 침략.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이며, 그들 배후에서 침략을 조장하는 자본가들이다. 그들의 이익을 위하여 지금도 우리의 경제, 정치, 사회, 심지어 문화와 교유까지 초토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우리 사회 기득권자들은 초토화된 우리의 경제, 정치, 사회, 문화, 교육 위에서, 직간접적으로 외국 자본과 자본가들의 편에 서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이 과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세계화라는 명분을 자랑스럽게 주장한다. 심지어는 세계화라는 명분에 반대하여 민족의 자주와 자립을 주장하는 '민족주의'를 좌파로 내몰기도 한다. 심지어는 과거 제국주의 침략에 맞서 싸웠던 항일/독립 운동 세력까지도 같은 선상에서 '빨갱이'로 매도하기까지 한다. 심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유가 상승을 보면서, 이는 우리와 무관한 일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에 휩싸여 있는 분단된 우리나라는 1백수십여 년 간 첨예한 자본주의 시장의 각축장이 되어왔다. 그리고 세계 경제/정치 사안들은 이런 우리나라가 처한 환경과 직간접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해 왔다. 어느 순간이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눈 뜨고 코 베이는 상황들의 연속이다. 여기에는 철저한 자본주의 원칙이 깔려 있다. 우리가 우리 민중을 보호할 수 있는 자주 국방과 외교권을 가진 주권국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 냉혹한 현실과 원칙을 꼭 극복해야만 한다.
 
(20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