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의 자살을 보며

 

글쓴이 이문근 (전북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

이은주, 자살하다

2월 22일, 전국은 영화배우 이은주의 자살 뉴스로 떠들썩거렸다. 이은주는 누구이며, 어떻게, 왜 자살을 했는지 등에 대한 제목을 걸고, 방송과 언론에서 영화배우로서의 명성과 극단의 자살이라는 두 장면을 클로즈업 시키며 몇일 동안 연이어 주요 뉴스로 다루었다. 또 각 방송가의 연예계 프로그램에서는 ‘아~’, ‘어~’를 남발하며 특집을 제작하기도 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Sky Life 위성 방송에서는 ‘문제’의 ‘주홍글씨’를 ‘이은주의 주홍글씨’로 선전하며 지금까지 한달 가까이 유료 영화를 방영하고 있다. 이제 이은주는 마릴린 먼로나 장영국처럼 기억되어지게 강요당할 지도 모른다.

유명인들의 자살

최근 몇 년 동안 유명 정치․경제인들의 자살이 줄을 이었다: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2003년 8월), 안상영 부산 시장 (2004년 2월), 남상욱 대우건설 사장 (2004년 3월), 박 태영 전남 지사 (2004년 4월), 이준원 파주 시장 (2004년 6월) 등. 이들은 대부분 정치․경제적인 비리에 연류 되어 있던 공인들이었다. 이들의 자살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자살의 결과, 그들이 연류 되어 있던 비리는 밝혀지지 않고, 추측에 의한 자살 동기 및 방법과, 그들에 대한 온정적인 동정과 미화만 남아, 죽음이 그들의 이 내재한 문제를 당장! 한번에! 어떤 형태로든 일단은 해결해 주는 비법으로 인식되게 만든다. 즉 자살이 그들의 비리를 무마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나아가 우리 사회에 생명을 경시하는 분위기를 조장하고 나아가 일반인과 서민들에게 어려운 문제들을 극단적인 죽음으로 해결하는 선례를 남겼다.

자살공화국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어느 정도일까? 2003년 통계에 의하면 인구 10만명당 24명. 2022년 통계에서는 OECD 국가 중, 헝거리(23.2명), 일본(19.1명), 핀란드(18.8명)에 이에 세계 4위이다. 그러나 동일 기준 증가율을 보면 1993년 10.6명, 2002년 18.7명, 2003년 24명 등으로 지난 10년 동안 증가율이 OECD 국가 중 최고이다. 그리고 이를 반영하듯 최근 통계에 의하면 자살률이 헝가리 다음으로 세계 2위라는 주장도 있다. 이는 어느 정도 심각한 것일까? 우리나라에서는 매일 30여명이 자살을 한다고 한다. (여기에서 매일 약 960명이 자살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더욱 중요한 것은 연령별로는 20~30대가 1위를 차지하고, 20~40대가 50%이상이며, 가장 왕성하게 일할 수 있는 세대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세계 제1의 자살 증가율, 청장년에서의 최고의 자살률, 그리고 나이가 많을수록 자살률이 높아진다는 일반론을 감안하다면 청장년층이 합세한 우리나라의 경우 머지않아 세계 제1의 자살 국가라는 영예(!)를 차지할런 지도 모른다.

자살의 원인

전문가들은 자살의 원인을 사회학적, 심리학적인 또는 생리학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이해한다. 즉 사회학적 측면에서는 자살을 이기적인 자살, 이타적인 자살, 무통제적 자살로 분류하고, 심리학적인 측면에서는 정신역동적 또는 성격적 구조에 의한 다양한 정신적인 상태-예를 들면 우울증 같은-에 의해 분석하고, 생리적인 측면에서는 유전적이거나 신경화학적 요인을 통해 그 원인을 이해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해 보면, 많은 경우 우리 사회의 사회구조적 모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즉 우리나라의 경우는 한국자본주의적 정치․경제적 모순에서 발생된 부와 권력의 편중과 집중에 의해 발생되는 ‘인간에 대한 소외’가 또 중요한 한 원인이지 않을까? 즉 자살은 인간이 스스로 주인 되지 못하고 자본과 권력과 물질이 주인 되는 사회에서 그 자본과 권력과 물질에 의해,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 스스로 결코 해결될 수 없는 (그물망처럼 얽힌) 구조적 문제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최악의 선택 또는 극단적인 수단이 아닐까?

자살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생명은 각자에게 단 하나밖에 없는 가장 소중한 것이다. 이 생명을 담보로 마지막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그 처절하고 절실한 심정은 그 생명을 가진 자신만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사회의 정치․경제적 모순에 의해서 소외된 인간들이, 마지막 순간, 스스로 또 다시 그 자신을 소외시키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된다. 자살의 동기가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지극히 감정적인 요인에 의한다 하더라도, 냉정하게 판단하면, 그 감정적 요인의 상당 부분도 이러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의 직간접적 결과일 수도 있다. 즉 이러한 자살은 당사자들이 처한 그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되지 못하고, 당사자가 처한 문제의 필연적 결론으로 당착될 수도 있다.

자살의 원인을 해결하자

중요한 것은 자살의 원인을 밝히고 그 원인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많은 정치․경제인들이 자살 했을 경우, 그 직접적인 원인이 된 비리를 밝혀 그러한 비리가 다시는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래야만 앞으로 다른 정치․경제인들이 이런 식의 문제발생과 문제해결방식을 지향하지 않을 것이다. 일반인과 서민의 경우, 어떤 주부가 카드 연체 때문에 자살을 했다면, 카드 연체가 가능하게 했던 그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어떤 가족이 은행 빚 때문에 모두 자살을 했다면, 가장이 사업을 하다가 은행 빚을 지더라도 정상적으로 사회에서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자식의 대학 낙방 때문에 모친이 자살을 했다면, 서열화되고 집중화된 대학의 구조를 개혁하고 누구나 자신의 역량과 기회에 맞는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가난과 빈곤 때문에 자살을 했다면, 그 가난과 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제도와 장치가 마련이 되어야만 대부분의 일반인과 서민들이 죽음보다는 삶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개인의 파산, 비리의 발생 등과 같은 자살의 원인이 개인의 게으름과 성실하지 못함, 무능함으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조금 다르겠지만, 아무리 성실하게 노력해도 도저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면, 그래서 자살을 결심하는 사회가 된다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는 사회일 것이다. 설령 게으르고 불성실한 사람의 경우라 할지라도 자신의 생명을 경시하는 자세와 행동이 정당화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은주의 원인

난 이은주의 자살 이유를 모른다. 언론에서 떠드는 것처럼 주홍 글씨의 ‘노출’이 문제였다면, 포르노를 보면서, 그 노출을 문제시 하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을 비판하고 해결해야 한다. 아니 이전에 예술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정신병적 가치 혼란을 해결해야 한다. 아니 나아가 그런 노출이 이은주 개인의 미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면, 영화인으로서의 노출이 개인적인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역학관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즉 표현의 자유라는 인간의 기본 권리를 법, 윤리, 도덕 등으로 파괴하는 우리 사회의 가치와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유명인의 문제

정치․경제인들이든 배우든지 간에 유명인사들은 스스로 유명해졌다는 생각, 즉 착각에 빠지면 안된다. 그 유명세를 형성하는 과정과 관계에는 분명 자신들을 직간접적으로 유명하게 해준 사람들이 있다. 정치인은 유권자들, 경제인은 직원들과 고객들, 영화인은 관람객이나, 팬들. 누구 하나 독립된 그 자체로 유명해질 수 없다. 즉 그 유명세는 유명세의 혜택과 권리를 누릴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 유명세가 가지는 공인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이 있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규범이다. 어떤 이유라 하더라도 자살을 한다는 것은 권리만 찾고 책임과 의무를 저버리는 이기적인 행동이다. 나아가 그 유명세 때문에 그들을 따르고 이해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자살을 모방하고 자신의 자살을 정당화 할 수 있다. 특히 티 없고 맑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그런다면, 누가 그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인생과 미래를 보장할 수 있겠는가. 유명인사들도 자살해야 할 정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노력과 실천은 그들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의 인생과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죽지 말자, 그리고 열심히 같이 살자

생명은 소중한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자기 삶의 주인은 자신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입장만을 주장하는 일방적인 생각이다. 생명은 종속적이다. 우선 누구로부터의 종속이며, 나로부터의 종속이며, 사회로부터의 종속이다. 다시 말하면, 각자의 생명은 부모님으로부터 시작되었고, 각자를 포함한 한쌍의 남녀의 생명으로부터 자녀의 생명이 시작되었다. 생명의 활동, 즉 삶과 생활은 독불장군처럼 혼자 만들 수 없다. 우리는 우리가 속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그 사회가 형성한 관계에 종속되어 있다. 즉 인간(人間)이게 한다. 우리 사회에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생명과 삶과 생활은 없다. 우리 모두 생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인류사적으로, 사회․역사적으로 자본의 논리로는 평가할 수 없는 절대 가치를 가지고 있다. 배우 이은주나, 정몽헌 회장이나, 안상영 시장이나, 남상욱 사장이나, 박태영 지사나, 이준원 시장인, 자식의 죽음을 듣고 농약을 먹고 자살한 어느 80대의 모친이나, 빚 때문에 봉고 안에서 동반자살한 4명의 가족이나, 실직 상태에서 지하철에 몸을 던져 자살한 20대 후반의 여성이나, 모두 똑같이 소중하고 유일한 목숨이며 생명이다. 누가 누구의 것이 될 수 없으며, 누가 누구의 상하를 따질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생명은 같이 ‘더불어’ 살 때 비로소 그 본연의 행복과 희망의 빛을 발할 것이다. 그리고 인간을 자살과 죽음에 이루게 하는 ‘소외’로부터 진정 해방될 수 있다.

삼가 명복을 …

다음은 KBS 뉴스에 지난 몇 달 동안 보도된 자살 관련 기사 제목이다. 이들을 포함해, 이름도 기억도 없이 사라진 이들에게 깊은 명복을 …

- 40대 택시운전사 모텔서 목 매 자살 (2005.03.18)
- 30대 남성 지하철역 투신 자살 (2005.03.16)
- 내연녀 살해한 뒤 목숨 끊으려 한 50대 체포 (2005.03.16)
- 전경대원 우울증 비관 자살 (2005.03.15)
- 고등학교 교사 숨진 채 발견, 스트레스에 의한 자살 추정 (2005-03-10)
- 아들 사망 소식 뒤늦게 알고 80대 노모 자살 (2005.03.10)
- ‘결혼 늦다’ 스트레스로 자살 (2005.03.09)
- 육군 7∼8일 ‘자살 추정’ 2명 사망 (2005.03.08)
- 우울증 앓던 50대 주부 자살 (2005.03.05)
- 고엽제 후유증 50대 참전용사 자살 (2005.03.04)
- “보고 싶은 가족”…기러기 아빠 자살 (2005.03.03)
- 인천시청서 민원인 음독자살 기도 (2005.03.03)
- 한강철교 인근에서 물에 빠진 50대 시신 인양, 투신 자살 추정 (2005.03.03)
- 외로움이 병…‘기러기 아빠’ 또 자살 (2005.03.02)
- 공중화장실서 30대 목매 자살, 처지 비관 자살 추정 (2005.02.28)
- 안양천 둔치서 60대 목매 자살, 처지 비관 자살 (2005.02.27)
- 신병 비관 자살 잇따라 (2005.02.26)
- 우울증 시달리던 50대 한강서 투신 자살 (2005.02.24)
- 85만 원 다방 빚에 10대 자살 (2005.02.23)
- 우울증 앓던 30대 주부 목매 자살 (2005.02.23)
- 영화배우 이은주 씨 자살, 우울증 추정 (2005.02.22)
- 빚 독촉 시달리던 윤락가 업주 자살 (2005.02.20)
- 40대 노숙자 아파트 복도서 투신 (2005.02.19)
- 여관방서 남녀 4명 숨진채 동시 발견, 동반자살 추정 (2005.02.18)
- 일가족 4명 숨진 채 발견, 동반자살 추정 (2005.02.18)
- 50대男 공기총으로 사귀던 여자 쏘고 자살 (2005.02.16)
- 철원 5사단서도 이병 총기 자살 (2005.02.14)
- 재산다툼 끝 동생가족 공기총으로 살해 (2005.02.09)
- 선임병에게 구타당한 이병 자살 (2005.02.07)
- 이등병 구타당한 뒤 목매 (2005.02.07)
- 자식 대입 낙방 비관 어머니 분신 자살 (2005.02.06)
- 가스 누출 동반자살 기도…40대 가장 숨져 (2005.02.03)
- 공직사회 비관 공무원 자살 (2005.02.01)
- 빚 때문에…강도질·동반 자살 시도 (2005.01.27)
- 30대 여인 두 딸 살해 기도 후 자살 (2005.01.26)
- 50대 공무원 공기총 자살기도 중태 (2005.01.24)
- 빚 비관 농부 부부 음독 자살 (2005.01.21)
- 빚더미 세탁소주인 가족 5명 동반자살 (2005.01.13)
- 50대 대학 이사장 투신 자살 (2005.01.11)
- 채무 시달리던 모자 동반 자살 (2005.01.06)
- 작전중 순직 해군 미망인 자살 (2004.12.27)
- 자살사이트서 만나 3명 음독, 2명 사망 (2004.12.26)
- 중소기업 사장, 사무실서 자살 (2004.12.24)
- 생활고 비관 30대, 아들 살해 후 자살한 듯 (2004.12.22)
- 감찰 조사 받은 국정원 직원 자살 (2004.12.22)
- 40대 남자,가족 2명 살해 후 자살 (2004.12.17)
- 지하철 전동차에 30대 여성 투신자살 (2004.12.17)
- “아들에 짐 된다”며 팔순 부부 동반 자살 기도 (2004.12.15)
- 저수지에 승용차 돌진…자살 추정 (2004.12.10)
- 채무비관 모녀 동반자살,어머니 숨져 (2004.12.10)
- 50대 기러기아빠 처지 비관 자살 (2004.12.10)
- 지하철서 60대 투신 자살, 처지비관 자살 추정 (2004.12.09)
- 카드 빚 고민 30대 주부 자살 (2004.12.07)
- 30대 주부 등 세 모녀 투신 자살, 생활고 비관 추정 (2004.12.02)
- 천안 여고생 살인용의자 자살 (2004.12.02)
- 20대 여 회사원 투신, 스트레스 추정 (2004.11.30)
- 前 국정원 고위간부 부인 투신 자살, 우울증 추정 (2004.11.25)
- 중3 남녀 아파트 12층서 동반 투신 자살, 가정환경 비관 (2004.11.18)
- 동반 자살 추정 일가족 3명 숨진 채 발견,가정불화 추정 (2004.11.16)
- 지체장애 남편, 아내 살해 후 음독 중태 (2004.11.11)
- 집창촌 여성 음독 자살 기도 (2004.10.21)
-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 수사반장 자살, 증압감 추정 (2005.01.19)
- 자녀들 살해한 뒤 어머니도 자살 기도 (2004.10.15)

 

 

(20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