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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4 14:47:36 (*.70.19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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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및 지역 이기주의를 운동이라 말하지 마라
- 이문근(전북대)
1.
우리나라 대기업은 산업화 과정에서 정부의 비호, 특히 군사독재정권 아래서 급성장했다. 이 과정에는 국민의 혈세와 노동자의 노동이 그들의 부와 권력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다. 국민과 노동자의 인권은 군화에 짓밟혔고 그들은 암흑과 같은 시대에서 숨죽여 지내야했다.
70~80년대의 민주화운동을 거치면서 노동운동은 정치적인 힘을 얻게 되었다. 그 배경에는 같은 시대의 아픔과 고통과 슬픔을 나누었던 많은 국민들의 지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이제는 국회에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익을 대표하는 민노당의 의원들이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정도까지 되었다.
한편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노동운동의 핵심에 있던 현대자동차노조가 최근 전북 완주 소재 현대자동차의 2교대반대와 파업 때문에 ‘노조이기주의’라는 지탄을 받으며 도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거부하는 노조, 그 배후에는 고용안전이라는 파업 명분보다는 한달에 평균 120시간에 해당하는 초과임금에 대한 밥그릇 싸움이라는 인상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해마다 겪게 되는 노조에 의한 현대자동차 파업. 정경유착에 뿌리를 둔 경영진의 탈세와 탈루에 대한 투쟁보다는 임금인상에 더욱 관심이 많은 노조를 보면서 다음해에 현대의 자동차값이 얼마나 더 오를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현대자동차 값이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현대자동차 값보다 평균 10~15% 정도 더 비싸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어떤 형태로든지 노조의 임금인상을 위해 국민들이 더 많은 부담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들의 임금인상이 직접적으로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노조는 먼저 임금인상과 고용안전이라는 임금투쟁보다는 경영진의 합리적이며, 투명한 경영 및 관리를 먼저 해결하기 위한 노동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런 운동이 성공을 거둔다면 정경유착에 뿌리를 둔 족벌경영체제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고, 나아가 그 혜택이 적정가의 자동차 구매와 고용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다수의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2.
전남은 김대중 정권부터 현 노무현 정권까지 S 프로젝트로 분주하다. 이 프로젝트는 전북의 L 프로젝트, 즉 새만금사업보다 몇 십배 더 방대한 사업이다. 전북의 L와 전남의 S 프로젝트가 각 지역마다 그 지역에 맞는 프로젝트로써 별 문제 없어 보이지만 이 배후에는 아주 복잡한 지역이기주의와 분파주의가 깔려있다.
새만금 사업은 1987년 황인성 농림부장관이 서해안간척사업계획을 발표하고, 1991년 이 간척사업이 착공에 들어간 후, 환경문제를 이유로 1999년 공사 중단, 2001년 사업 재개 최종결정, 2003년 서울행정법원 사업 잠정중단 결정, 2004년 서울고등법원 사업 공사 재개 결정, 이후 항소를 거쳐, 2006년 3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끝으로, 2006년 4월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었다. 19년 만에 간척사업의 첫 단계인 방조제가 완공된 것이다.
이 새만금 사업은 겉으로는 정부와 환경운동을 기반으로 한 시민단체와의 갈등처럼 보이지만 그 배후에는 정치경제적 논리가 숨어 있을 뿐 아니라, 사업의 일관성도 상당히 결여되어 있는 문제작이다.
전북의 L 프로젝트, 즉 새만금사업은 1986년 노태우 정권이 집권과정에서 대선에서 패배한 DJ 캠프와 호남의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거래였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 결과, 지역의 지지기반을 유지하고 나아가 지역개발의 주체를 유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DJ 캠프에서는 노태우 정권에 L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1996년 시화호 오염사건을 계기로 새만금사업에 대한 환경 논쟁이 촉발되었고, 1997년 DJ 캠프의 정권 창출로 DJ 캠프가 제안한 L 프로젝트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김대중 정권은 전북의 L 프로젝트가 환경문제를 이유로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던 와중에서도 전북의 L 프로젝트보다 몇 십배 더 방대한 전남의 S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하였다. 이후 현재까지 전남의 S 프로젝트 수행과정에서는 새만금과 같은 어떠한 환경문제도 거론되지 않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안은 이 과정에서 L 프로젝트 예산은 대대적으로 삭감되는 반면, S 프로젝트의 예산은 천문학적인 액수로 증가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노무현 정권도 김대중 정권의 정책을 더 가시화하고 있다.
결국 DJ 캠프가 제안한 L 프로젝트가 DJ 캠프에 의해 와해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유는 결과적으로 전남의 S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제한된 국가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L 프로젝트는 S 프로젝트에 의해 밀려났고, 그 원인과 과정은 전북의 환경운동을 기반으로 한 시민단체들의 몫이었다. 다시 말하면, 전남의 S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전남의 환경문제가 가시화되거나 법적인 문제로 되지 않는다면 결국 새만금의 환경문제를 거론하던 우리 지역의 시민운동은 전남의 S 프로젝트를 위해 역으로 이용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니면 전남의 환경 및 시민운동 단체는 지역개발이라는 논리로 자신의 운동성과 운동가치를 방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즉 전북에서 새만금문제가 10여 년 동안 법적 공방을 거듭하며 국내외에서 세계적인 환경문제로 쟁점화되고 있는 과정에서 전남의 환경 및 시민단체들은 전북의 새만금 환경문제에는 동조하면서 상대적으로 S 프로젝트가 내포하고 있는 새만금보다 심각한 전남의 환경문제를 상대적으로 외면하거나 그 위험성을 포장하고 미화시킬 수 있는 논리를 개발했는지도 모른다. 즉 S 프로젝트와 같은 사업들을 광주항쟁과 같은 민주화운동에 대한 보상 및 대가라고 정당화했는지도 모른다.
혹, 광주항쟁이 전남의 지역이기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렸다면 이는 우리 운동사의 의의를 변질시키는 아주 위험한 일임에 분명하다. 즉 국가와 민족 및 사회라는 공동체 정신을 거부하고 지역 및 집단의 이익을 위해 공동체 전체와 그들의 변혁운동을 역으로 이용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를 반국가적, 반민족적, 반사회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3.
만약, 전북의 현대자동차문제가 전남에서 발생되었다면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과거 광주 기아자동차의 유사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지역과의 공동발전을 위해 노사가 타협을 하고 고용창출과 경제활성 및 지역발전을 이루어내었을 것이다. 당연히 전남의 노동운동을 기반으로 한 시민단체의 지도하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뙤놈이 번다는 말이 있다. 현대자동차가 우리 지역에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자체적으로는 경영진과 노조의 내부적인 운영 결정 때문이기는 하지만 환경적으로는 우리 지역 도민들과 지자체의 지지와 협조이기도 하다. 역으로 말하면 현대자동차는 환경적 측면에서는 우리 지역의 산업체라는 것이다.
하지만 노조가 생각하는 현대자동차는 노조 자신들만의 현대자동차임에 틀림이 없다. 왜냐하면 그들이 주장하는 파업의 이유가 자신들의 고용안정이며, 이를 위해 비정규직 또는 2교대를 위해 대기 중인 예비노동자들의 권익을 무시하거나 파기해야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현대자동차라는 기업의 존재 가치가 기업 자체, 즉 투자가와 경영자, 지역의 중소기업 및 다수의 준 또는 예비노동자들의 이익보다는 현재 노조 자신들의 (반)영구적 고용안정에만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우리 지역은 현재의 노조 그들만의 (반)영구적 고용안정을 위해 대지를 제공하고 도로를 만들고 세금을 감면했다는 말인가? 만약 현대 노조의 주장이 이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면 이 노조는 반사회적, 반국가적, 반민족적일 수밖에 없다. 이 노조는 도민의 대지와 도로와 세금을 자신의 (반)영구적 고용안정에 이용하는 반공동체적 집단임이 분명하다.
역사적으로 운동은 신성시되고 있다. 그 이유는 운동이 가지고 있는 숭고한 이타성 때문이다. 노동운동, 계급운동 또는 민족해방운동이든 간에 운동은 그 시대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시대정신과 사상이 있다. 이 정신과 사상은 시대모순 때문에 억압 받고 있는 다수의 인권과 권익을 위한 갈등과 투쟁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이타적이고 그래서 숭고한 것이다. 유관순 열사, 전태일 열사, 박종철 열사 등이 존경을 받는 이유가 이런 정신과 사상 때문이 아니던가! 현재 우리 시대, 우리 전북의 모순은 무엇이며, 그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우리 시대, 전북의 정신과 사상은 무엇인지 당장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전북이라는 지역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반)영구적 고용안정만을 주장하는 현재의 현대자동차 노조가 보이고 있는 ‘노조이기주의’는 이런 정신과 사상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명백하게 말할 수 있다.
(20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