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
2013.06.17 07:47:02 (*.70.193.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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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딜레마>
- 이문근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에만 존재하는 너
네가 슬프면, 나도 슬펐고
네가 기쁘면, 나도 기뻤다
너도
내가 슬프고 기쁠 때,
나만큼 슬퍼했고, 기뻐했을까
그랬다면,
우리는 무한의 반영反映
그리고 영원한 합일체合一體
그러므로
더욱 슬프고, 더 더욱 기쁜 서로의 존재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무한의 반영反映
그러나 영원한 합이체合二體
그러므로
슬프나 슬플 수 없고
기쁘나 기쁠 수 없는, 또 다른 존재
너의 선택은 무엇일까
그리고 너의 선택에 대한 나의 선택은 무엇일까
너의 선택이 딜레마라면
나의 선택은 딜레마의 딜레마
지금, 내가 외로워지는 까닭은
네가 슬퍼도, 내가 슬퍼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네가 기뻐도, 내가 기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너의 그렇지 않음에 대한, 나의 그렇지 않음의 가능성 때문이지 않을까
그러나,
내가 더욱 더 외로운 까닭은
우리의 슬픔은 슬픔에 의한 슬픔이라는,
우리의 기쁨은 기쁨에 의한 기쁨이라는,
우리의 딜레마는 딜레마에 의한 딜레마라는,
순환循環 때문, 그리고 그 순환의 순환때문
결국,
내가 너에게 등을 돌리면,
너도 나에게 등을 돌릴 수밖에
또한,
네가 나에게 등을 돌리면,
나도 너에게 등을 돌릴 수밖에
순간, 반영反映적으로
그러나,
영원히, 거울 속으로
(2013/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