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2

 

 

하늘 아래 누군들

저리

슬피 울지 않았으리

가슴 치며 피 토하지 않았으리

 

내가 아닌 너와

네가 아닌 나의 부끄러움

 

버릇처럼 구겨진 중년이 되면

돌의 깊이만큼 바다 밑으로 가자

화석의 몸부림만큼 땅 속으로 가자

 

마음에 정을 두는 순간

 

상심한 사람의 노예 되어

자신의 소리를 듣지 못하나니

피폐한 사람의 인연 되어

타인의 소리를 듣지 못하나니

 

보름 넘도록 연이어

여름비 내리고 남서풍 불던 날

 

지친 의식은 서서히 흐려지고

다음 생 준비하는 죽음을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