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근 시집 4집: 메타-엑스 (META-X)
장마 2
하늘 아래 누군들
저리
슬피 울지 않았으리
가슴 치며 피 토하지 않았으리
내가 아닌 너와
네가 아닌 나의 부끄러움
버릇처럼 구겨진 중년이 되면
돌의 깊이만큼 바다 밑으로 가자
화석의 몸부림만큼 땅 속으로 가자
마음에 정을 두는 순간
상심한 사람의 노예 되어
자신의 소리를 듣지 못하나니
피폐한 사람의 인연 되어
타인의 소리를 듣지 못하나니
보름 넘도록 연이어
여름비 내리고 남서풍 불던 날
지친 의식은 서서히 흐려지고
다음 생 준비하는 죽음을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