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내潶耐

 

 

아침마다

 

구운 커피열매 한줌

파쇄기에 넣고

뻑뻑한 손잡이를 돌린다

 

돌릴 때마다

톱니바퀴에 걸려

존재를 마감하는 열매들

 

한 올 한 올

부서지고 깨어져 가루 되는

까만 짓이김의 느낌

 

손끝에 전해져 올 때

 

지난 저녁

비겁한 관대와

무능한 용서를 후회하며

 

오늘 저녁

비겁한 자학과

무식한 질타를 요구하며

 

오늘 이 하루

소리 죽여

새까만 하루를 맞이한다

 

 

 

*커피를 우려내는 과정을 물흐릴 흑견딜 내라고 명명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