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근 시집 4집: 메타-엑스 (META-X)
글 수 60
2014.09.15 12:33:53 (*.70.19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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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입하立夏
숨 막히지 않았나요
사랑이 자유가 아니라면
궂은비 그립지 않았나요
이별이 선택 아니라면
홀로 선 사람이 보고 싶지 않았나요
소만小滿
당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풀잎에 맺힌 이슬에도 눈물이 고입니다
하늘에 머문 구름에도 한숨이 맺힙니다
망종芒種
외로울 땐
혼자라는 누구도 없음을
같이라는 누구도 없음을
당신에게 인연을 드릴 수만 있다면
하지夏至
하늘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바람 지친 까닭은 무엇인가요
당신 앞에 부족함을 느낍니다
당신 앞에 메마름을 느낍니다
정오의 태양이 아무리 뜨거워도 그리움을 태울 수가 없습니다
소서小暑
바람이었나요
달이 지나도록
사랑 슬픈 까닭이
비구름은 왜 사랑을 울리나요
대서大暑
피폐된 갈증에
멈춘 꿈이 없기에
빛바랜 의식도 없음을
낯설은 추억도 없음을
정지된 열기 속에
당신을 찾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