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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글을 쓰기 전에 손톱을 깎는다. 그리고 세수를 한다. 예전에 누군가는 연필을 깎고 먹을 갈았을 테지만, 시인은 이 같은 자신만의 의식을 통해 혼탁한 세상을 등진채 시 다운 시를 쓰고자 한다.

 시집 ‘메타-엑스(문예연구사·1만 원)’라는 제목부터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전북대 컴퓨터공학부 이문근(53) 교수가 컴퓨터공학 이론을 접목해 쓴 시라는 설명이 덧붙여지니, 첫 장을 펼치기가 조심스러워진다.

 그러나 기우일 뿐. 공학과 시예술의 만남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시인은 자연과 사회, 인간사에서 반복되는 현상의 본질을 인식하고, 순수한 소년의 시각에서 자신이 꿈꾸는 세상이 어떠한 세상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시인은 먼저 자신의 탈모순의 조건을 제시하면서, 진실을 이야기해야 하는 시인의 기본적인 자세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도 한다.

 “즉/ 참이면 거짓이고/ 거짓이면 참이 된다/ 그래서/ 어느 시인이라도,/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모든 시인은 허풍쟁이다”라고 감히 말할 수 없게 된다”「시인의 패러독스」일부

 전주 출생인 시인은 고등학교 졸업 후 가족과 더불어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그리고 그곳 필라델피아로부터 고향 전주로 역이민을 오기까지 15년의 세월을 보냈다. 이민과 역이민이라는 시인의 삶의 발자취를 통해 시를 이해하는 또 다른 통로가 열리기도 한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타의적 이민과 자의적 역이민의 디아스포라적 인생역정을 ‘그리움’이라는 시어를 통해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그리움의 구체적 대상이 무엇인지 시인 스스로 시를 통해 찾아가는 과정이 ‘메타-엑스’의 주제라고 설명한다.

 미국과 독일에서의 생활과 미군생활, 제대 후 펠실페니아대학 등에서의 삶에 대한 번민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논리적 구조를 통해 검증하고 있는 셈이다. 시인이 컴퓨터공학에서 습득한 메타 이론은 그가 이제까지 찾아 헤맸던 그리움의 실체에 대한 답을 추구하는데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김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