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태초에>
- 이문근
나 하나, 당신 하나
나 둘, 당신 둘
나 셋, 당신 셋
우리는 같았을까
나 하늘, 당신 땅
나 구름, 당신 바람
나 천둥, 당신 번개
우리가 항상 쌍이면,
나 오른 쪽, 당신 왼쪽
나 앞, 당신 뒤
나 밖, 당신 속
우리가 항상 대칭이면,
내 안엔 당신
당신 안엔 나
우리가 항상 반사적이면,
우리는 결국 같은 것이 되는 것일까
그래서
나는 당신 안에 있는 나를 보며 당신이 되고
당신은 내안에 있는 당신을 보며 내가 되면
우리는 항상 결합적으로
우리는 하나가 되고
우리는 둘이 되고
우리는 셋이 되고
그래서, 우리는 무한이 되어
우리는 영원히 항상 같은 것이 되는 것일까
그래서, 우리는, 원래
같은 것이 되기 전에, 태초의 하나였음을 알게 되는 것일까
하지만
나 하늘, 당신 땅, 그리고 바다
나 구름, 당신 바람, 그리고 비
나 천둥, 당신 번개, 그리고 어둠
우리가 항상 쌍이 아니라면,
나 오른 쪽, 당신 왼쪽, 그 사이엔 대립
나 앞, 당신 뒤, 그 사이엔 중립
나 밖, 당신 속, 그 사이엔 고립
우리가 항상 대칭이 아니라면,
내 안엔 당신과 또 다른 나
당신 안엔 나와 또 다른 당신
우리가 항상 반사적이 아니라면,
우리는 무엇이 될까
그래서
나는, 당신 안에, 당신과 다른 또 다른 나를 보며 내가 아닌 내가 되고
당신은, 내 안에, 나와 다른 또 다른 당신을 보며 당신이 아닌 당신이 되면
우리는 항상 선언選言적으로
우리는 하나가 아닌, 둘이 되거나
우리는 둘이 아닌, 셋이 되거나
우리는 셋이 아닌, 넷이 되거나
그래서, 우리는 무한이 아닌, 또 다른 무한이 되어
우리는 영원히 항상 같은 것이 아닌 것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원래
같은 것이 되기 전에, 태초의 하나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사랑은, 결국
태초에 하나였거나, 아니면, 하나가 아니였거나 하게 되어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당신 둘
별 셋, 나 셋
별 넷, 당신 넷
우리는, 같이, 무한한 별들을
반복적으로 무한히 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사랑을 위하여, 영원히
(2019/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