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근 시집 5집: 메타-메타 (META-META)
글 수 59
2023.05.10 09:15:25 (*.43.19.105)
7
그리움
꾸겨진 백지白紙에 네 이름을 남기면
네 이름은 온 종일
불퉁한 지면紙面의 굴곡에 지쳐 운다
어둠이 내리면
지면 너머, 희미한 네 모습은 사라지고
지면 아래, 침전된 네 동선이 무뎌진다
비가 오지 않았기에, 바람은 불 수 없고
바람이 불지 않았기에, 비가 올 수 없는 오늘
고통 없는 사람만이 무정한 사람임을 이해한다
나는 사람과 사랑하지 않은 사람이다
나는 사랑과 사람하지 않은 사랑이다
술을 마신다
정막을 마시고, 어둠을 마신다
비로소
네 이름이 지워질까 구겨진 백지를 펼치면
너는 비로소 까만 분말이 되어 허공에 흩어진다
그리고 나는, 죽도록, 밤새 까만 분말을 찾아 마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