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꾸겨진 백지白紙에 네 이름을 남기면

 

네 이름은 온 종일

불퉁한 지면紙面의 굴곡에 지쳐 운다

 

어둠이 내리면

지면 너머, 희미한 네 모습은 사라지고

지면 아래, 침전된 네 동선이 무뎌진다

 

비가 오지 않았기에, 바람은 불 수 없고

바람이 불지 않았기에, 비가 올 수 없는 오늘

 

고통 없는 사람만이 무정한 사람임을 이해한다

 

나는 사람과 사랑하지 않은 사람이다

나는 사랑과 사람하지 않은 사랑이다

 

술을 마신다

정막을 마시고, 어둠을 마신다

 

비로소

 

네 이름이 지워질까 구겨진 백지를 펼치면

너는 비로소 까만 분말이 되어 허공에 흩어진다

 

 

그리고 나는, 죽도록, 밤새 까만 분말을 찾아 마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