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근 시집 5집: 메타-메타 (META-META)
글 수 59
2023.05.10 09:17:31 (*.43.19.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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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1
늦겨울
나무에 맺힌 빗방울을 마시면
아마도, 짠 맛 날 것 같다
겨우내, 젓갈처럼
가슴 졸이며 흐느끼던
당신의 눈물 맛 날 것 같다
2
늦겨울
잎새에 맺힌 빗방울을 마시면
아마도, 쓴 맛 날 것 같다
겨우내, 탕약처럼
영혼을 메마르며 졸이던
당신의 피 맛 날 것 같다
3
슬프다는 소리도 없이
아프다는 흔적도 없이
홀로 떠난
그리고 다시 또 홀로 떠난
그리고 또 다시 홀로 또 떠난
4
당신이라는 이름의
눈물
상흔
그리고, 영혼
5
초봄 전
나무에 맺힌 빗방울을 마시면
아마도, 신 맛 날 것 같다
겨우내, 식초처럼
신경에 타오르며 지저대던
당신의 통증 맛, 물씬, 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