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절대각

 

 

거울 앞에서, 내가

 

거울 속의 나, 즉 너에게 묻는다: 너는 누구냐고

너는 나에게 말한다: 너는 나라고

 

역으로, 거울 속에서, 너가

 

거울 앞의 나에게 묻는다: 나는 누구냐고

나는 너에게 말한다: 나는 너라고

 

하지만

 

거울 앞에서, 내가 

나에게 자문自問한다:  자신이 누구냐고

나는, 거울 속의 나,  너라고 자답自答할 수 없다

 

거울 속에서, 네가

너에게 자문한다:  자신이 누구냐고

너도, 거울 앞의 너즉 나라고 자답할 수 없다

 

결국

 

거울 앞의 나는 오직 거울 속의 너를 통해서만 존재하는 나

거울 속의 너는 오직 거울 앞의 나를 통해서만 존재하는 너

 

결코

 

거울 앞에선, 나는 스스로 나일 수 없다

거울 속에선, 너는 스스로 너일 수 없다

 

거울의 절대각에선

 

누구도 스스로 누구일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절대각을 통해서만 존재하는 우리

 

거울 앞에서, 내가

거울 속의 너에게 묻는다: 우리가 누구냐고

거울 속의 너는 거울 앞의 나에게 말한다: 우리는 우리라고

 

역으로

거울 속에서, 네가

거울 앞의 나에게 묻는다: 우리는 누구냐고

거울 앞의 나는 거울 속의 너에게 말한다: 우리는 우리라고

 

그리고

 

거울 앞에서, 내가

나에게 자문한다: 우리 자신이 누구냐고

거울 앞의 나는비로소, 거울 속의 우리 너라고 자답할 수 있다

 

거울 속에서, 네가

너에게 자문한다: 우리 자신이 누구냐고

거울 속의 너도, 비로소거울 앞의 우리 나라고 자답할 수 있다

 

결국

 

거울 앞의 나는 오직

거울 속의 우리 너를 통해서만 존재하는 거울 앞의 우리 나

거울 속의 너는 오직

거울 앞의 우리 나를 통해서만 존재하는 거울 속의 우리 너

 

결국

 

거울 앞에선, 우리 나는 스스로 우리 나일 수 있다

거울 속에선, 우리 너도 스스로 우리 너일 수 있다

 

거울의 절대각에서, 우리는 항상

 

스스로 존재하는 우리 자신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