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학”
전북대학교 컴퓨터공학부 이문근 교수
1. 들어가는 글
필자가 담론에서 주장하는 바는 교육의 민주화이다.
즉, 대학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지금까지의 담론은,
대학의 교육이 획일화되어,
이러한 다양한 교육 환경이,
학생들에게 제공이 되지 못하는 바와 그 원인에 대해 분석을 해 보았다.
앞으로도 이러한 사례들을 사안별로 계속 논의하겠지만,
이번 담론에서는,
이러한 사례의 하나인, 교과 과정과 강의 유형의 상관관계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2. 교육부의 예산 절감 정책
교육부는,
향후 인구절벽 현상과 이에 따른 대학 입학 정원 감소에 대비해,
수년 전부터,
장기적인 대학 구조 조정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중의 하나는, 대학의 강의 수를 대폭 줄이는 것이었다.
강의 수를 줄이는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1) 다양한 사업에 의해, 전공 교과 과정 내의 교양 및 전공 과목 수 축소,
2) 이 따른, 시간 강사의 제도화 및 강사 수 제한,
3) 교수들의 강의 시수 축소.
결과적으로, 이에 따라,
과거 컴과/컴공의 다양했던 과목의 수는 대폭 줄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교수의 강의 시수도, 공식적으로, 3과목으로 줄게 되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교육부의 의도는 좋았고,
(필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교수들도 크게 반발한 바는 없지만,
대학의 현실은, 항상, 교육부가 의도한 바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었다.
교수들은, 교육부가 생각한 것보다,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3. 강의수가 늘어나는 원인과 결과
다음은 컴공의 2011~2020년 10년간의 강의수와 분반수를 정리한 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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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
2012 |
2013 |
2014 |
2015 |
2016 |
2017 |
2018 |
2019 |
2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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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
가을 |
봄 |
가을 |
봄 |
가을 |
봄 |
가을 |
봄 |
가을 |
봄 |
가을 |
봄 |
가을 |
봄 |
가을 |
봄 |
가을 |
봄 |
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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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
과목수 강의수 |
18 30 |
22 42 |
19 31 |
21 39 |
19 36 |
22 39 |
16 28 |
22 35 |
16 28 |
22 36 |
16 26 |
22 33 |
16 26 |
22 31 |
16 26 |
22 34 |
16 25 |
21 33 |
16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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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반과목 총분반수 |
8 20 |
12 32 |
8 20 |
12 30 |
11 28 |
13 31 |
9 21 |
12 25 |
10 22 |
13 27 |
8 18 |
11 22 |
8 20 |
10 19 |
8 18 |
11 23 |
7 16 |
11 23 |
7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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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반비율% |
44 |
55 |
42 |
57 |
58 |
59 |
56 |
50 |
63 |
59 |
50 |
50 |
50 |
45 |
50 |
50 |
44 |
52 |
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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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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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강의 효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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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검반수 |
12 |
20 |
12 |
18 |
17 |
18 |
12 |
13 |
12 |
14 |
10 |
11 |
12 |
9 |
10 |
12 |
9 |
12 |
10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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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감비율% |
40 |
48 |
39 |
46 |
47 |
46 |
43 |
37 |
43 |
39 |
38 |
33 |
46 |
29 |
38 |
35 |
36 |
36 |
38 |
|
39.9 |
컴공의 경우,
학생 정원수가 약 70여명이었고,
그 결과, 50명 기준의 편성된 일반 강의를 기준으로,
대부분의 필수 과목이 분반되었고,
전체 강의 중, 이 과목들의 분반율이 10년 평균, 51.5%가 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교과과정에서 제공하는 강의 수는, 각 학기마다, 평균, 39.9%가 늘게 되었고,
결국은, 교육부가 원한던, 강의 수 축소라는 목적은 달성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80명 이상의 학생들이 수강을 할 수 있는 대형 강의실 하나면 충분했다.
(사실 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을 대형강의실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리고, 대형강의 담당 교수에게,
TA 한명과, 추가 수당을 제공하면, 대형강의의 번잡함도 일정부분 해결할 수 있었다.
하여, 필자가,
80명 이상의 컴공 전공 학생들이 강의를 받을 수 있는 강의실을 확인해 보니,
공대 7호관 5층에 하나가 있었는데,
이미, 이전의 전자보공학부의 공간으로 할당되어서,
다른 전공들의 강의도 그 강의실에 배정되어서,
컴공의 대형 강의만을 배정할 수 없다고 했었다.
“세상에, BK21사업이 종료된 이후에 해산된, 전자정보공학부의 공간이라니!”
만약, 이러한 공간이 있었다면, 어떤 결과가 가능했을까?
만약 그랬었다면, 역으로,
분반화된 강의의 절감에 따른,
약 39.9%의 추가 강의가 가능해지고,
그 만큼의 다양한 전공과목을 추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도,
한 교수가 같은 과목의 분반을 2개 이상씩 강의하는 경우나,
그것도 부족해서,
본인이 맡은 2개의 분반을 하나로 묶어,
편의적으로 강의나 실습을 하는 경우를 보면,
줄어든, 교수의 강의 시수에 따른 편의를 떠나서,
원칙적으로,
원래,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일을,
몇 번에 나누어 처리하는 그 불편함을 뭐라고 정의해야 할지,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심지어, 어떤 전공에서는,
한 과목의 학생 정원이 50명 미만인데도, 이를 2개의 분반으로 나누고,
실제, 수업과 실습은 하나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과연 이러한 상황을, 또 다른,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4. 학부에서의 경험
필자가 다닌 학부는,
미국의 전형적인 주립대라 평가받는 펜실베니아주립대학교(Pennsylvania State University) 였다.
예산과 기부금이, 각각, 약 8조원($7 billon), 약 4조원($7 billon)에 달하며,
학생이 약 9만명 (학부 약 7만5천명, 대학원 약 1만5천명)에,
교원과 직원이 약 8000명과 170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의 종합대학교였다.
Main Campus는,
펜실베니아주의 중앙인, State College의 University Park에 있으면,
주의 각 County와 도시에 분교들이 산재해 있는 복합적인 구조를 가진 대학교였다.
필자는, 이 대학교에서, 아주 인상적인, 강의에 대한 경험을 몇 번 한 적이 있었다.
첫 번째 경험은, 물리학(Physics) I과 II 과목의 강의였다.
이 과목의 수강생은 약 500명이 넘었다.
그리고 강의는 무대가 있는 극장과 같은 곳에서 진행되었다.
당시, 지금과 같은 Computer나 Network 및 대형 Projector가 없었지만,
대형 스크린과 Transparency Overhead Projector를 통해,
500 여명의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강의는 다른 과목의 강의와 비교해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반면, 인상적인 점은,
1) 대형강의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하여,
500여명의 학생들을 20개가 넘는 분반으로 나누어서 조교들을 배정하고,
소규모 강의실에서, 본 대형강의에서 강의했던 내용을, 일주일에 한번씩,
상세하게 문제풀이 및 실험을 수행하는 실습과,
2)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때에는,
A4용지 한 장에 본인이 필요한 공식을 모두 적어서,
시험을 볼 수 있게 하는, “Open Formulae” 시험이었다.
두 번째 경험은, Digital System 과목이었다.
이 과목의 수업은 실시간 TV 방송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전통적으로 전자공학과 컴퓨공학이 강한 Penn State는,
Digital System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수업 방식은 다음과 같았다:
1) 학생을 한 분반이 30 명 정도인, 10개 정도의 분반으로 나눈다.
2) 각 분반에 TA를 배정한다.
3) 강의실은 실시간 Cable TV 방송 시설을 갖춘다.
4) 수업은 10개 분반에 대해, 실시간으로 진행한다.
5) 교수는 수업을 방송실에서 진행한다.
6) 수업 도중, 학생이 질문이 있으면, TA에게, 강의실마다 비치한, 마이크 시스템을 통해, 학생이 질문을 할 수 있게 지원한다.
7) 실습은 각 분반별로 TA가 각 실험실에서 진행한다.
8) 가끔 학생들이 지루하거나, 졸 수 있으니, 가끔 코믹한 이벤트을 교수가 방송진과 같이 만들어 수업 중에 방송을 한다.
그리고, 당시, 처음 알았지만,
이 실시간 Digital System 과목의 방송은,
미군 인공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수신 후, 해군 사관학교와 훈련소에 송출되어,
해군들 교육과 훈련을 위한 공통과목으로 제공되고 있다고 했었다.
이러한 사실은 학생들에게 환호를 받을 정도의 자부심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수강한 강의 내용은,
각 분반을 담당하는 TA에 의해,
각 독립된 실습실에서,
전자공학과 컴퓨공학 전공 학생들은
Board에 Gate를 용접하면서, 실제 Elevator의 Controller와 같은 Digital 회로를 제작하기도 했지만,
필자와 같은 컴과 전공은 단순히 설계와 안전성 검증의 과정만을 거치면 되었다.
이 외에도,
지금의 우리 대학과 비교를 해 보았을 때,
또 다른 가장 인상적인 점은,
강의동이라는 강의 전용 건물이었다.
강의동은,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가장 쉽게 많이 모일 수 있는 캠퍼스의 중앙부에 있었고,
강의실은, 소형, 중형, 및 대형으로 구분이 되었다.
특이한 점은,
여러 단과 대학과 다양한 전공의 수업들이 강의동에서 뒤섞여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당시는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강의동이라는 건물에서,
각 단과 대학과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서로 뒤섞여 수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한,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철학과 가치였다고 생각한다.
사실, 필자는, 이 강의동에서,
다양한 전공의 후배들을 만나서,
한국 2세들을 위한, 한국어교육과 같은, 의미있는, KUSA(Korean Undergraduate Students Associate)의 활동을 돕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 강의동의 운영시간은,
아침 8시부터 저녁 9시경까지 였고,
수업이 없는 강의실에서는 학생들이 자습이나 토론을 하는 것을 아주 흔한 모습이었다.
아마도, 강의동과 학습동을 같이 겸한 복합 건물이었다고 생각한다.
5. 교수의 평균 강의 시수
미국의 경우, 각 학기마다,
교수들은 평균 2개 정도의 과목을 강의한다.
즉 학부 1과목, 대학원 1과목, 이렇게 2과목을 강의한다.
학부 과목은 교수 전공에 해당하는 과목,
대학원 과목은 교수 세부 전공에 해당하는 과목이며,
가을학기에 일반론, 봄학기에는 특수론 정도로 강의한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대학마다 다르지만, 어떤 경우에는,
가을학기에는 2과목, 봄학기에는 1과목; 또는 그 역으로; 1년에 총 3과목을 강의하기도 한다.
반면, 시간 강사들은,
실기의 비중이 높은,
1학년과 2학년들의 기본 프로그래밍 강의를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교수들이,
그 교수들의 전공과 수준에 해당하는 강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대학이 제공하는 배려일 수 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대학원에는,
교수와의 1:1 수업을 진행하는, Independent Study 수업과,
석사나 박사 논문을 쓰기 위한, 지도 교수와의 Thesis Study 수업이 있음을 감안한다면,
강의의 유형은, 크게,
집단 강의형과 개인 면담형 수업으로 구분되고,
강의형은, 그 규모에 따라,
대형, 중형, 소형 강의로 구분된다.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사전에 논한 바와 같이,
시간 강사는 줄고,
분반은 늘고,
경우에 따라, 교수의 강의 시수는 느는 경우도 발생된다.
어떤 경우는,
한 학기에 한 교수가,
학부, 일반대학원, 특수대학원 및 교양 과목을 포함하여,
총 12개의 과목을 강의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한 근거 자료는 파일로 첨부한다.)
그런데, 그것도 부족해서,
12개 중 일부 과목을 영어로 강의를 한다니, ...
그 교수가, 영어 과목을 포함해서,
왜 그렇게 많은 과목을 신청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이나, 유럽 및 선진국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과연, 우리 대학에는,
교수가 강의할 수 있는 과목의 수에 제한하는 정책이나 제도는 과연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만약, 한 교수가, 한 학기에, 12개의 과목을, 한다면,
Superman이 아닌 이상,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리가 없을뿐더러,
또 한 편으로는,
고품질의 학생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가 전무한 것에 대한,
대학의 정책과 제도, 그리고 이에 대한 교수들의 선택은 무엇이었는지,
딱히,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6. 나가는 글
한국 대학의 선진화는
김영삼 정부의 OECD 가입부터 시작되었다.
그 이유는,
OECD 국가는, 선진국으로서,
다양한 교육, 사회 복지 및 국제 교류라는 관점에서,
GDP와 국가 예산의 일정 부분을 OECD 평균에 맞게 지출하고,
이를 기준으로 한 지표에 따라,
OECD 국가들 간의 선진성을 비교 및 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에 따라, 당시, 교육 예산을,
김영삼 정부는 GDP의 5%를 목표로 삼았으나, IMF 구조조정에 의해, 결국, 이행이 되지 않았고,
김대중 정부는 GDP의 6.5%를 공약으로 삼았으나, 효율을 주장하며, 대학의 구조조정을 밀어부친 결과, 공약은 정상적으로 이행되지 않았다.
지금, 교육 예산은,
2022년 기준, 국가 예산 607조의 약 15%인 90조에 달하고 있으며,
이는 GDP 대비, 약 3.5%,
기타 민간 및 해외 교육 예산을 더 하면, 약 5%에 해당된다.
이는 초기 김영삼 정부가 주장했던,
OECD 수준의 평균 교육 예산이 부합하는 비율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018년 기준,
이 예산 중,
초등과 중등의 교육 예산은,
OECD 국가의 평균 교육 예산을 각각 31%, 33% 초과하고 있으나,
대학 예산은
OECD 국가의 평균 교육 예산의 66%에 불과하다.
(경향신문: 2021/09/16)
즉 2018년 기준, 34%가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와 교육부의 대학에 대한 정책을 평가하면,
인구절벽 현상과 대학 입학 정원 감소에 대비한,
장기적인 대학 구조 조정과
이에 따른,
대학의 강의 수를 줄이기 위한,
Small University 정책은 많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여기에 덧붙여,
정부와 교육부의 정책이 효율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배경에는,
10년 간의 컴공 강의 자료에서 보았듯이,
전공 필수 과목의 분반화와
이를 방치하는 대학의 Small Lecture Room 정책이 있었으며,
이는,
컴공의 경우,
10년 간의 컴공 전공 과목의 평균 51.5%의 분반화에 따른,
39.9%의 새롭고 다양한 전공 과목을 추가 가능성을 외면하는,
교수 집단의 안일한 책임 회피도 있었다.
나아가,
이렇게 분반화된 컴공의 현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한 교수가,
한 학기에 12 과목을 강의하는 “피치 못할 상황”도 발생이 되었고,
이에, 우리 대학이,
이러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아무런 정책과 제도가 없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앞으로,
정부와 교육부의 예산 중,
대학에 대한 고등교육 예산은,
OECD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34% 이상의 투자가 요구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대학 교육의 민주화와
이에 따르는,
학생의 학습권을 위한,
“다양한” 대학 교육 교과 과정과 이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 제도가 요구될 것이다.
그래야만,
아마도,
“세계100대학”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현실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2022/4/30; 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