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근 시집 3집: 봄이 오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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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9 09:17:46 (*.120.9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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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바람과 비
지친 눈을 뜨고
구름으로 낮은 아침을 맞는다
가을이기에 바람으로 남은 꿈은 없다
눈 감으면 나를 거부하는 계절의 몸부림
인연은 사람보다 무서운 인내가 된다
거울 앞에 섰다
삶의 의식儀式이 계절을 준비할 때
머물 곳이 없기에 옷깃에 구겨진 세월
계절은 흐린 회색뿐이다
거울 속으로 손을 내밀었다
고독은 슬픔인 것을 아픔인 것을
바람 너는 알고 있을까
그리움 때문인 것을 미더움 때문인 것을
가을 속으로 그리움을 버렸다
진정 그리움은 나이기에
그리움을 버리기까지
그리움은 그리움이 아니었다
그리움은 나를 버리고 가을 버리고 계절을 떠났다
진정 그리움을 아는 건 바람
너에게 자유를 맡긴다
비가 온다
그리울 때마다 기다렸던 비
바람으로 온몸을 적시면
차가운 빗물로 잊었던 꿈을 생각한다
사람이 그리워서 인간 그 이상의 사람도 아닌 인간들
인간이 그리워서 사람 그 이상의 인간도 아닌 사람들
자신이 두려운 자신을 두고, 난
나보다 그리운 나를 찾을 수 없다
나보다 멀어진 나를 찾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