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

 

 

나이가 들면서 부모님이 그리운 만큼

부모님을 닮는 건 아닐까

내 나이 마흔넷 그리운 마흔넷 부모님을

내 안에서 찾을 수 없다 난 얼마나 기다려야

내 나이 때 부모님을 찾을 수 있을까

 

기억나는 건 초등학교 입학 때

유난히 흰머리가 많아 반백을 넘긴 사십대 후반의 어머니

잦은 폭주와 어머니에 대한 시비로

자식들이 방황하던 쉰 중반의 아버지

곱게 단장한 어머니의 흰머리는

어머니의 고단한 인생을 상징하는 의식儀式 같았다

어머니 흰머리와 고운 얼굴은

너무 대비된 아픈 그리움을 만들어 내었다

 

어머니 흰머리 같은 품에 안겨 지낸 어린 시절

품을 졸졸 쫓아다니던 어린 시절

어머니 흰머리 같은 회색 빛 기억들

결코 잊어버릴 수 없다

난 아직도 내 마음 속 부모님에게

어린 막내일 뿐이기에 내 나이 마흔넷

어머니가 그리운 만큼

어느 듯 내 머리는 반백이 되어 있다

 

아버지가 그리운 만큼

어느 새 술에 지친 외로운 한 남자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