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근 시집 3집: 봄이 오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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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9 09:26:54 (*.120.9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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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홍암紅蓮庵 공불供佛
스님이 처자를 보고 목탁을 두드린다
목젖을 두드린다
죽여야지 사는 날까지
죽여야지
냉소하는 부처 앞에 내 목을 바쳐야지
목젖을 두드리는 내 목을 바쳐야지
파도가 운다
바다가 운다
하늘이 운다
밤이 온다 초점 없는 동공에
촛불 멈춘 밤이 온다
모두 정지된다
바다 위 어둠으로 떠 있는 정각
자체가 우주다
두드려라
두드려라
목탁을 두드려라
목젖을 두드려라
연꽃이 나올까
여의주가 나올까
벌거벗은 심청이가 나올까
두드려라
두드려라
목탁을 두드려라
목젖을 두드려라
겁劫없는 세월
아침이 올 때까지
두드려라
두드려라
목탁을 두드려라
목젖을 두드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