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꽃

밤새 스테이트 칼리지¹⁾에 대서양 겨울비가 내렸다

다음 날 이른 새벽부터

캐나다 한파가 오대호를 지나 아팔라치 산맥에 닥쳤다

해 뜨기 전 밤새 겨울비에 젖었던 이곳은 얼음세상이 되었다

자동차 도로 집 나무는 투명한 얼음옷을 입었고

맺혔던 물방울은 해맑은 얼음구슬이 되었다

고드름이 되기에 겨울비는 너무 적었고 한파는 너무 빨랐다

동 트기 전까지 졸업식을 위해 모인 우리는

모든 사물은 빛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

이윽고 구름 한 점 없는 남색 겨울 하늘에 눈부신 해가 떠올랐다

스테이트 갈리지와 유니버시티 파크는 햇빛으로 반짝이는 만물에 휩싸였다

가슴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빛의 향연이 벌어졌다

세상 사물들이 스스로 빛을 밝히는 존재의 축제였다

이곳 사람들은 이를 프리징 레인²⁾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를 얼음꽃 보석꽃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를 생명의 꽃 영혼의 꽃이라고 했다

그날 이후 눈꽃보다 아름다운 얼음꽃이 세상에 있음을 알았다

모든 존재에는 고유한 빛과 형체가 있음을 알았다

스스로 생명과 영혼의 빛을 얼음 속에 간직할 수 있음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