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대학의 추억과 우석훈 박사 [15]
readme alqu****
번호 829704 | 09.12.11 00:47 IP 59.10.***.172
조회 1004
오는 토요일 12일 오후 2시 아고라정의포럼은 백범기념관에서 우석훈 박사님의 경제 세미나를 주최한다고 합니다. "88만원 세대"의 저자로 유명한 분이 또 얼마나 날카로운 표현과 깊이있는 내용으로 아키히로 친일매국 정권의 국민 수탈을 지탄해주실지 기대가 큽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벽에 대고 소리라도 지르라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아고리언의 세미나에 참석 아니 참여하는 것은 바로 이 암울한 세상에서 민주회복을 염원하는 시민의 의무입니다.
http://cafe.daum.net/naneoneonaism/JwEs/88
파리대학을 나오셨다는 우석훈 박사님은 사진으로 보아하니 저보다 십여년은 훨씬 더 젊은 분 같습니다. 제가 좀 많이 늦은 학생이었으니, 혹시 우 박사님을 파리의 지하철에서 우연히 지나쳐 뵈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어렸을 적부터 솔직히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냈기에 아마 학교 안에서 가까이할 기회는 없었겠네요. 게다가 저는 돈 좀 벌어야겠다고 다니던 바람에 - 참! 아다모의 눈이 나리네 톰브라네쥐~가 돈벌어다주~로 들리던 시절이군요 - 별로 강의실에 들어가 본 기억도 흐릿합니다. 물론 들어가 봐야 강의 내용을 알아듣지도 못했겠지만.
다 오래전에 흘러간 이야기지만... 아무튼 파리의 모든 대학들은 국립이고 무료이며 (학생회비인가, 우리 돈으로 몇만원 쯤 약간 내긴 합니다) 파리 1대학, 2대학, 3대학... 식으로 번호가 붙여져 있습니다. 파리 13대학까지 있습니다. (얼마 전에 14대학을 짓느니 마느니 하긴 하든데...)
프랑스처럼 우리나라의 모든 대학이 국립이고 무료이고... 게다가 서울에 있는 모든 대학의 이름을 서울 1대학, 2대학, 3대학... 식으로 절대 평등하게 붙인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한민족 오천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장 진정한, 가장 필요한 혁명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그 명문 졸업생이란 기생충적 기득권자들 중 과연 어느 누가 민족과 국가를 위해 양보의 용단을 내리려 하겠습니까. 친일파들이 만들고 학부모의 고혈을 빨아 살찌게된 사학들. 심지어 매국노의 후손이 현 총장을 맡아, 역시 사꾸라 총리로 둔갑한 전 총장과 짜고 민영화를 음모하는 국립대학. 즉 조만간 코스닥에 상장될 주식회사 서울대학교... 아키히로의 사유재산 대한민국 주식회사와 함께 노란토끼 푸른토끼 매판자본의 밥이 되고 말 운명인데.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은 완전히 국립화해야 합니다. 아예 사립학교란 낱말 자체가 우리 아름다운 말에서부터 뿌리 뽑혀야 합니다. 지금까지 이른바 일류 대학들이 우리 사회와 경제와 정치와 문화의 발전을 위해 도대체 무슨 한 줌의 기여라도 했습니까. 지식인의 탈을 쓰고 독재자에게 아부하고, 민중과 민주 탄압의 주구로 앞장서고, 학연과 지연과 인연의 끈을 이용하여 저들의 사리사욕만을 채워오지 않았습니까.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가장 훌륭한 두 대통령님은 대학을 나오시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최악의 두 대통령은 바로 소위 명문 서울대 출신의 깡패 김영삼과 고려대 출신의 양아치 이명박입니다. 나라의 해충을 배출했다는 바로 그 이유만으로도 이 대학들은 폐쇄되어 앞으로 참된 민족교육을 위한 경종으로 삼아야 합니다.
서울의 대학들은 모조리 새로 만들 세종시로 강제이주시켜야 합니다. 세종시에 행정부를 옮기겠다는 원래의 계획은, 정권의 힘조차 SKY의 마피아들을 휘어잡을 수 없었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대학들 대신 애꿎은 관공서들을 옮기려 했던 것입니다. 일류학교 몇 개 대학만이라도 통째로 세종시에 옮겨버리면, 학부모를 비롯하여 모든 서울이 자동으로 줄줄이 비엔나 소세지로 옮겨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누가 저 음흉한 대학 마피아, 결국 대한민국 전체를 뒤에서 교묘히 지배하고 있는 자들과 대항하여 감히 싸우려 하겠습니까...
못 배우고 돈 없는 국민 뿐입니다. 그러나 국민들의 단결된 힘은 교육과 정치와 경제의 마피아들을 분명히 퇴치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저들 마피아들은 결국 국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기생충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저들이 국민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저들의 지식과 부의 찬란함에 대한 경배와 복종입니다. 그것이 저들의 더러운 생명을 존속하게 하는 기반입니다. 저들의 지식이 위선이며, 저들의 부가 허구임을 국민들이 알아차릴 때, 가짜 부귀영화를 얻기 위해 노예의 입시경쟁 문턱에서 지푸라기를 잡으려 발버둥치지 않을 때, 대한민국은 자유와 민주를 이룰 수 있습니다.
물론 프랑스의 평등한 국립대학이 결코 완전한 제도는 아닙니다. 그곳에서도 많은 학부모들이 자식들에게 보다 좋은 교육을 시키려는 욕심으로, 대학(universite) 대신 그랑에꼴(grande ecole)에 보내려고 합니다. 사르트르 등 철학자들이 졸업한 고등사범학교(에꼴 노르말), 재계를 주름잡는 폴리테크닉 졸업생들, 정치인의 대다수가 출신인 정치학교(씨앙스 폴리틱) 등등이 잘 알려진 그랑에꼴입니다. 파리 근교에 있는 고등상업학교는 사립학교인데 역시 많은 금융계 인사들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도 극성 부모들에 의한 과외가 성행하며, 심지어 일반대학의 1-2학년 과정이 그랑에꼴에 들어가기 위한 재수학원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직 프랑스는 우리처럼 교육의 열병이 사회 곳곳에 만연되어 있는 망국의 마지막 단계에서 신음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대학은 오직 미래를 강간하고 국민을 수탈하기 위한 사기의 흡입기로, 대학에 가고 싶지 않고, 갈 필요도 없는 청소년들까지 빨아먹고 있습니다. 삼성고시 학원 간판을 걸어놓고 뒤에서는 청년 실업자와 예비 신용불량자를 토해내는 시스템을 대학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반드시 대학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능력과 적성에 맞게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하기는 커녕, 대학을 이미 졸업한 청년들에게 뒤늦게 눈높이를 낮춰서 싸구려 노동자로 부려먹으려 하고 있습니다. 국민적 낭비, 이것이 대한민국의 교육입니다.
파리대학... 수용소 군도처럼 번호가 붙어있지만, 그것이 무슨 성적순을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옛날 중세시대에는 파리에 소르본느 하나 밖에 없었을듯. 나폴레옹의 군사독재 아래 구체제의 대학을 없애고 일종의 사관학교인 그랑에꼴 제도를 확립했다고 합니다. 아직도 제일 좋은 그랑에꼴의 하나인 폴리테크닉은 문교부가 아니라 국방부 소속입니다. 현대적 의미에서의 대학제도가 확립된 것은 19세기 후반기였고, 오늘날처럼 국민교육으로서 평등한 국립대학제도가 만들어진 것은, 유명한 1968년 파리의 봄, 프랑스 5월 학생혁명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도 1960년 4.19의거 때 모든 사립학교를 철폐하고 국립대학을 만들 수 있었을텐데...
파리 시내 - 우리 말로 4대문 안 - 에는, 모두 7개 대학이 있습니다. (우리 서울의 4대문 안에는 몇 개의 대학들이나 남아 있는지 모르겠군요.) 그 중 1, 2, 3, 4 대학(의 본부)가 소르본느 건물 안에 함께 있습니다. 파리 시내의 대학들은 캠퍼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거리 곳곳 산재한 건물들의 단순한 집합명칭이기 때문에, 이게 사실 대학인지 아닌지 알아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종로 거리 세들어 있는 학원들 찾아다니는 거랑 비슷하죠. 어디에 강의실이 있는지 잘 모르고 거리를 헤매야 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러다가 늦으면 엣다 모르겠다 카페에서 노닥거리게 되더군요.
원래 신학과 철학을 가르치던 소르본느는 현재 4대학입니다. 그 중에서 문학 언어학을 떼어내서 누벨(新) 소르본느를 만들어 3대학이라고 이름 붙였답니다. 옛 파리 법과대학은 소르본느에서 조금 떨어진 판테온 광장에 있는데, 경영학 분야를 집어넣고 2대학이라고 부릅니다. 1대학은 역사학 사회학 경제학을 위주로하여 만들었고, 학교가 커지자 경제학을 따로 떼어내서 좀 멀리 차이나타운 한 가운데 건물을 지었습니다. 학생들이 덕택에 점심시간에는 좀 느끼한 돼지고기 국물 중국 우동을 사먹죠. 요즘은 1대학을 판테온-소르본느 대신 똘비악으로도 부릅니다. 근처에 미테랑 사회주의 정권의 공약이었고 자랑인 초현대식 국립도서관도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따지면 1, 2, 3, 4가 아니라 4, 3, 2, 1의 순서가 되겠군요.
5대학은 의과, 6, 7대학은 공과 자연대학이었습니다. 쥬시유 지하철역 근처에 있다고 해서 6, 7대학을 쥬시유 대학이라고도 부릅니다. 다음을 설립한 이재웅씨가 그곳을 졸업했다던가, 중퇴하고 귀국해서 회사를 만들었다던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의대 공대라고는 하지만, 관련된 모든 분야가 다 있는, 말하자면 단과대학이 아니라 종합대학입니다. 예를 들어 경제학은 1, 2, 5, 6대학에 모두 개설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각 학교의 전통과 특성에 맞춰 전공 분야가 조금씩 다릅니다.
현대적 의미에서 캠퍼스도 있고 - 우리나라 사람의 눈으로 - 대학같은 대학은 파리 근교에 세워진 8대학부터 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지방대학(?)인데 파리대학이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아마 파리의 지하철이 그곳까지 다닌다는 뜻인가 봅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지하철이 천안 평택 아산까지는 다니니까, 그곳 대학들을 모두 서울대학이라고 이름 붙여도 될 충분한 근거와 권리가 있습니다. 기왕이면 대전 청주 원주 세종시까지 고속지하철 깔고서 왕창 서울 1대학 부터 100대학 쯤까지 번호를 매깁시다! 파리에서 8대학은 쌩드니, 9대학은 도핀, 10대학은 낭떼르, 11대학은 오르세이, 12대학은 크레테이... 대학이 소재한 도시의 이름을 따라 부릅니다. 13대학은 비교적 최근이라 이름을 잘 모름.
파리 8대학은 1970년대 경제학에서 종속이론으로 유명한 이집트인 사미르 아민 교수가 계셨습니다. 10대학은 1968년 학생혁명의 요람이기도 했고 가장 프롤레타리아 진보적인 대학 중 하나입니다. 아무래도 넓은 캠퍼스에 같이 몰려 있어서 그런지 - 노동자여 단결하라! - 학생과 학생 사이, 학생과 선생 사이 유대관계도 좋고, 공부하기에도 좋고 모이기에도 좋고, 그래서 한국에서 온 학생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사회과학 쪽은 거의 다 10대학 출신으로 알고 있고, 우석훈 박사님도 그곳을 졸업했다고 하네요. 파리 대학들 중 가장 보수적이라면 아마 9대학? 왜냐면 파리의 강남구라고 할 수 있는 16구 불로뉴 숲 옆에 있기 때문이죠. 분위기도 뭐랄까... 좀 부르조아틱한 신촌의 대학들 비슷하달까. 물론 경영학 분야가 강한 학교입니다. OECD 본부 바로 옆이기도 한 때문이겠죠.
파리 시내 한복판의 1에서 5대학까지는 중세시대의 대학이기 때문에 성격도 좀 중세적이죠. 따라서 진보와 보수를 초월(?) 내지 미달해 있는데, 솔직히 학생들이 모여서 데모할 수 있는 캠퍼스가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도심지 대학들의 캠퍼스 넓은 땅은 모조리 국가가 몰수해서 공원으로 만들든지 해야 합니다. (그러면 데모도 안 하겠죠.) 체육과 학생들도 아니고 도대체 대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노닥거릴 일이 있나요. 조그만 땅 덩어리에 대학들이 너무 싸가지없게 비대합니다. 모든 대학을 국립화함으로써, 사립학교의 땅장사를 원천적으로 막고, 운동장과 도서관 등 유휴 교육시설을 시민들에게 되돌려주어야 옳습니다.
우석훈 박사님의 아정포 경제 세미나를 소개하려다가 엉뚱한 잡담만 길게 늘어 놓았군요. 죄송. 모쪼록 아고라인 제위께서는 공사다망하시오나 부디 참석하시어 자리를 빛내주시옵소서... 12월 12일입니다. 1979.12.12. 전두환의 반민주 군사 쿠테타가 일어났던지 30년이 되는 의미깊은 날입니다. 놀러간다든지 방구석에서 인터넷이나 한다든지... 민주시민으로서 그러면 안되겠죠. 참여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