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근 시집 3집: 봄이 오는 까닭
글 수 64
2013.02.09 09:43:28 (*.120.90.22)
1846
분신焚身
하얀 독약이라도 심장에 붓고 싶다
해 뜨면 터지는 봉숭아처럼
붉게 타오르는 두 눈 뜨고 있다면
마지막 호흡을 가다듬고
피 토하는 내 모습을 보고 싶다
달뜨면 깨어나는 선인장 가시처럼
나프탈렌 향기 풍기는
아득한 그리스 신화 너머
아틀란티스 보랏빛 꿈을 꾸고 싶다
분말처럼 흩어지는 하늘 한 자락
암흑처럼 찬란한 태양을 보고 싶을 뿐이다
다음 생, 나는 무엇이 될까
바다 속 저음으로 침몰하는 화석이 될까
의식 없이 묵음으로 사라지는 수석이 될까
천년 기다린 비바람이 스쳐지나간 뒤
싸리 꽃 차가운 나의 분신分身
산산이 허공에 흩뿌려 날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