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근 시집 3집: 봄이 오는 까닭
글 수 64
2013.02.09 09:44:03 (*.120.9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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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강에서
바위는 겹겹이 쌓인 제 고통을
그저 곱게만 풀어 헤치고 있다
한 마리 물새처럼
생의 끝자락에 닿기 위해 날개를 펴고
시간의 거친 손길은
아직도 내 마음에 머무르고 있는데
불멸의 하늘과 바다만 끝없이 쳐다보며
다시 내일의 꿈을 꾸지만
홀로 서 있는 나는 먼 바다의 작은 바람이나 되고 싶다
누군들 바다에 와서
바다와 같은 삶을 생각해 보지 않았겠는가
누군들 바다에 와서
세상 뒤로 하는 죽음을 생각해 보지 않았겠는가
절벽과 절벽 사이,
내 마음과 네 마음 사이
서툰 그림자 자꾸만 밀려간 사이
비운 가슴을 채우는 그 많은 침묵의 소용돌이
그 이후에 마침내 환한 바닷길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