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Our Party?
 
글쓴이 이문근 (편집위원장)
 

이름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 이름은 문근(文根)입니다. 글의 뿌리, 글의 근원 등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제 이름에는 제 정체성과 철학이 담겨있습니다. 아니 역으로 제가 그런 이름을 가겼기 때문에 그런 뜻의 정체성과 철학을 가기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는 두 당에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야당인 한나라당입니다. 두당 모두 당의 이름을 보면 당의 정체성과 철학이 무엇인지 모호합니다. 영어로 직역을 해볼까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각각 ‘Open Our Party’와 ‘Big National Party’(‘한’을 ‘크다’, ‘넓다’로 이해했을 경우) 또는 'One National Party'(‘한’을 ‘하나’로 이해했을 경우)입니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열린’, 즉 ‘Open’이 민주주의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열려’ 있기 때문에 누구나 다 참여할 수 있는 정당이라고 한다면 당의 정체성은 이름보다도 도 모호해집니다. ‘Open’ 형식도 모호한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면 그 내용은 얼마나 더 모호해지겠습니까?

그런데 여기에 ‘우리’, 즉 ‘Our’ 라는 이름까지 덧붙인다면 ‘Open’이라는 모호를 ‘Our’라는 호모성(homo性) 또는 단일성(單一性)으로 강요하는 것과 같습니다. 왜냐하면 당원들이야 열린우리당을 ‘우리’ 당이라고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당원이 아닌 사람에게 ‘열린우리’당이라는 이름으로 열린우리당을 ‘우리’당이라고 명명하게 하는 것은 비당원도 당원과 같은 의무를 강요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흑색’의 이름은 ‘백’색이라고 이름 지어 ‘흑색’을 ‘백색’과 형식적으로 바꾸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정치, 경제, 문화, 사회 각 분야에서 많은 조직들이 있습니다. 조직은 구성원과 체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조직은 그 체계 속에서 추구하는 목적과 목표 및 체계를 운영하기위한 정책이 있습니다. 그런 목적, 목표 및 정책에는 그 조직이 지향하는 비전 및 철학이 있습니다. 그런 비전과 철학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이름입니다.

‘열린우리’당 이라는 이름에는 그런 비전과 철학이 담겨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이름에는 ‘열린’이라는 ‘Open’, 즉 모호한 정책과 ‘우리’ 라는 ‘Our’, 즉 강제적 정책만 있습니다. 서로 상반되고 모순된 정책이 당의 이름입니다.

열린우리당의 정체성

그럼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분명한 정체성은 없습니다. 아니 정체성이 뒤섞여 있습니다. 우리, 즉 ‘Our’라는 호모성과 단일성을 주장하면서도 당의 정체성은 뒤섞여 있어 분명하지 않습니다. 진보인 것 같으면서도 보수인 것 같은,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하면서도 보수를 말하는 것 같은,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하면서 극보수를 말하는 것 같은 정당. 냉적하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철학과 정책을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없습니다. 즉 둘 다 보수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보수, 즉 열린우리당이 자신의 정체성을 모르고 한나라당을 보수라 하고, 또 다른 보수, 즉 한나라당이 자신의 정체성을 모르고 열린우리당을 진보라고 하는 것입니다. 즉 진보와 보수의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진보와 보수

진보와 보수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진보와 보수를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또는 민주주의와 독재라고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진보와 보수는 이분법적이지 않습니다. 진보와 보수는 역사적으로 상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상대적이라고 해서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에 대한, 또는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에 대한 상대적 개념이라고 오해하시면 안됩니다. 상대성은 역사적 상대성을 말합니다. 즉 역사의 진화 및 발전 과정에서의 상대성입니다.

역사는 진화합니다. 계급사회에서 민주사회로, 왕권국가에서 시민국가로, 시장경제에서 복지경제로. 다양한 측면에서 진화하고 있습니다. 보수와 진보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이런 역사의 진화선상에서 우리 사회와 국가가 처한 상황이 어떤 위치 또는 지점에 있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독재에서 민주로, 농촌경제에서 산업경제로, 국내경제에서 국제경제로, 소수에서 다수로, 분단에서 통일로 진화하는 시점에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진화의 순방향적 비전과 철학을 가지는 것이 진보이며, 그 역방향적 비전과 철학을 가지는 것을 보수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면 절대적 진보와 보수는 없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열린우리당은 보수적인 색체가 강합니다. 권력과 자본을 위한 정책, 분단을 소외 시 하는 정책, 자주적 외교권과 방위권이 결여된 정책, 신자유주의에 노출된 정책 등이 바로 그 이유입니다. 서민 경제 - 특히 부동산, SOFA 법개정, 이라크 파병, 남북정상회담, 미군기지 환수 및 이전, FTA, 대기업 보호법, 소고기 수입 등의 문제들을 보면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과 대통령

이런 정당에서 경선과정을 거쳐 선출된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는 기존의 정당과 정치 문화에 식상 했던 새로운 세대들의 노력과 정보통신사회의 현장성이 있었습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위기가 있었지만 대대적인 국민의 지지에 의한 총선의 승리와 탄핵위헌 결정으로 그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이는 새로운 정치 문화를 창출하기 위한 시작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과 노무현정권은 국민의 기대를 따르지 못했습니다. 당과 정권은 신뢰하지 못했습니다. 당과 정권은 이질적으로 변했습니다.

당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일관된, 통일된 정책이 결여되었습니다. 노무현 정권은 정책적으로 흔들렸습니다. 아니 보수화되었습니다. 서민들은 평생 구할 수도 없을 정도로 올라버린 집값, 장기화된 경기침체, 미국의 중동에 대한 석유약탈전쟁에 우리의 젊은이들을 파견하는 정부, 남북대화의 창을 스스로 찾지 못하고 미국의 입장에 끌려 다니는 정부, 양극화 해소를 주장하면서 재벌에 관대한 정부, 군인을 동원해서 대중집회를 무산시키는 정부, 국민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는 미국과의 FTA, 미국의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북핵문제, …

이제 서민들은 지치고 갈 곳이 없습니다. 믿을 수 있는 정부와 정당이 없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정체성, 즉 비전과 철학이 분명한 정당, 그리고 그 정당의 비전과 철학을 추구하는 대통령과 정권입니다.
 
(20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