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방부 정보군사기술
 
- 이문근 (전북대)
 
이라크 전에서 증명된 정보군사기술의 효과

지난 2월 말부터 지금까지 참담한 기분이었다. UN이 지정한 국제법을 위반하며 이라크를 침공하는 미국의 공격 소식을 접하는 이곳 미국에서는 이러한 언론을 통한 정보들이 얼마나 정치·경제·군사적인 논리 하에 제한되고 통제되고 있는가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시적인 측면에서 미사일이 특정 목표점까지 도달해 목표물을 폭파하기 위한 정보 체계와 기술부터, 거시적인 측면에서 침공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및 전술적인 정보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철저한 계획 하에 진행, 통제되는 전쟁과 전투과정. 진실과 허구의 혼돈 속에서 자본의 논리와 국가라는 탈을 쓴 군수산업과 석유자본가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무수히 죽어가는 힘없는 이라크 민중. 앞으로 미국에 의하여 이라크에 세워질 허위 친미 정권과 이후 중동 지역에서 발생될 민중, 민족, 종교, 국가간의 전쟁, 테러 지원 및 진압과 석유자원이라는 이름으로 발생될 화폐와 자본의 각축전, 그리고 무구한 인간의 희생 등은 인간 역사에 대해 씁쓸한 감회에 젖게 한다.

군수산업과 석유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하여 미국 내외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미국의 실체를 바라보며, 정보 통신 분야에서 과연 미국은 얼마나 철저하게 이를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실현해 왔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인간이 고대로부터 지금과 같은 사회를 형성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3가지의 변화를 농업혁명, 산업혁명, 그리고 정보혁명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지금도 인간은 인간의 생존과 존엄성마저도 이 결과물에 종속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식량, 의식주 관련 용품, 그리고 전화, 텔레비젼, 컴퓨터와 인터넷 등을 들 수 있다.

농업과 산업에 비하여 정보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할 수도 있지만, 이번 미국의 對이라크 침공을 보면,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인식할 수 있다. 미시적인 측면에서는 미사일이 특정 목표지점까지 도달해 목표물을 폭파하기 위한 정보 체계와 기술, 즉 전자항공기술, 방위시스템, GPS, 영상정보 및 처리, 레이저 가이드 기술, 실시간 통신 및 보안 기술 등이겠지만,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침공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및 전술적인 정보전, 즉 핵심 정보의 취득 및 관리 체계, 정보 관련 기관 및 언론의 통제 및 관리 체계, 그리고 이러한 체계를 통하여 정보와 역정보의 활용 및 적용 등도 포함될 수 있다. 즉 특정 목적을 위하여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취득, 관리 및 운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스템을 누가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장단기 전투의 결과가 종속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인간의 생존과 존엄성 또한 그 전투 결과에 당연히 종속되어 있다. 언론에서 “대이라크전이 끝났다”고 하는 보도성의 전쟁과, 그러나 언론에서 나타나는 전투의 과정과 결과 등의 실체가 아직까지도 모호한 것은 분명 정보전의 결과일 것이다.

미국방부의 정보·지식 전략

우리가 사용하는 휴대전화. 우리는 이 전화를 별 생각없이 사용할지는 모르지만, 이 전화기와 이 전화기를 통하여 무선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통신망과 체계는 미국 국방부의 정보 전략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 무선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대표적인 기술들은 컴퓨터, 컴퓨터 언어, 통신 체계 및 방법 등을 들 수 있다.

공식적인 첫번째 전자 디지털 컴퓨터가 만들어진 것은 1945년 12월에 만들어진 ENIAC이다. ENIAC은 미국방부의 계획하에 탄도비행경로를 자동으로 연산하기 위하여 1943년부터 Pennsylvania대학교의 Moore School에서 만든 컴퓨터이다. ENIAC은 이후 EDVAC, UNIVAC, Whirlwind 등으로 발전하였고, 이후 UniSys와 IBM을 거쳐 컴퓨터의 모태가 되었다.

다음은 컴퓨터를 활용하는 수단으로 절대 필요한 것이 컴퓨터 운영체제와 언어이다. 미국방부는 컴퓨터를 국방부의 관련 컴퓨터 시스템들을 관리하기 위하여 다양한 운영체제와 컴퓨터 언어와 관련 도구들을 개발하였다. 간단한 예로, 원격 조정 미사일이 날아갈 때, 그 미사일 안에서 항공경로나 속도 등을 조정하는 프로그램들이 이런 컴퓨터 언어로 짜여져 있고 특정 운영체제에 의하여 작동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공식적으로 공개된 운영체제와 언어들도 있지만, 보안상 공개하지 않은 운영체제와 언어 및 관련 도구들이 상당하다.

통신을 영역별로 구별해 보면 지역통신망과 광역 통신망으로 나눌 수 있다. 광역 통신망의 시초라 할 수 있는 ARPNet은 미국방부의 주도하에 1968~1969년에 UCLA, SRI(Stanford), UCSB, UTah 대학들 간에 만들어졌으며, 1972년 첫번째 전자우편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ARPNet에서 작동되었다. 그리고ARPNet을 위하여 고안된 NCP라는 통신 프로토콜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TCP/IP의 모태가 되었으며, TCP/IP 역시 미국방부에 의하여 개발되었다. 그리고 이 ARTNet은 이후 Internet의 모체가 되었다. 또한 인터넷이 구축되고 인터넷 활용 정책을 담당하던 기관도 1993년까지는 미국의 방위정보시스템기관의 통신정보센터, 즉 DISA NIC이었다. 여기에서 도메인 등록과 이에 대한 자료보관 및 관리 등을 담당했었다. 이와 같이 현재 정보관련 산업의 기반을 형성한 것은 상당부분 미국방부에 의하여 주도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미 국방부의 관련 연구 산업

이렇듯 컴퓨터와 통신 관련 분야에서 보듯이 미국방부는 전략·전술적으로 정보전에서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투자와 연구 및 개발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미국방부의 정보 및 지식 확보 전략은 미국방연구소를 보면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미국방연구소 ARPA(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는 1957년 구소련의 첫번째 인공위성 발사에 자극받아 만들어졌다. 연구소의 목적은 군부에 적용가능한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확립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연구소는 이후 1972년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로 개명되었다.

이 연구소의 일년 예산은 약 20억불, 원화로 약 2조4천억원(1200원/1불 기준)에 해당하며, 현재 광역 연구 분야는 선진 과학, 국방 과학, 정보 인식, 정보 처리 기술, 정보 개발, 초소형 컴퓨터 기술, 특수 과제, 전술 기술 분야별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광역 분야별로 수십개의 연구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 생화학전에 응용될 생명공학, 전세계의 기후 및 환경 조절을 위한 탐지 체계 구축을 위한 초소형 전자감지 시스템, 인간과 기계를 접목하기 위한 기계적 인간 또는 인간적 기계, 인간을 대신할 인공지능 등, 그 내용들을 보면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국방부 산하 타 연구개발 연구소들과 NASA, NSF 등과 같은 정부 산하의 기관들 및 기업 지원 기관, MIT, Stanford, Carnegie Mellon 등 미국의 유명 대학 연구소, 그리고 IBM, Boeing, MS 등 대기업의 연구소 외에도 기타 중소기업을 총망라하여 각 분야의 연구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 유사 관련 연구 및 지원 기관들의 예산까지 포함한다면 수백억불(수십조원)에 해당할 것이다. 이렇듯 미국의 총체적인 집약 투자와 연구 및 개발, 그리고 상품화를 통하여, 분야별로 현재 또는 향후에 미국이 지식과 정보 및 기반 체계를 선점하고자 하고 있다.

군사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들여 다양한 정보기술을 사용한 첨단무기를 개발하여 세계의 지배를 공고히 하고 있다. 어느 나라든 최첨단무기로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현 상태에서 국가가 미국에 대항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따라서 국가 간의 관계에서 항시 전략적인 우위를 점하면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이 때 개발된 최첨단 기술을 점차 민간부분에 이전하여 상업적으로 이익을 획득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정보기술산업은 실제 국가가 주도하면 민간기업들과 연계하여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세계의 독점을 통한 이익창출하는 기제인 것이다.

민간부분에서 이러한 독점을 영구히 하기 위해 미국이 어떻게 정보산업분야에서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고 있는가는 다음 호에 싣도록 하겠다.

미국의 이익을 위한 세계의 희생

미국은 구소련의 해체 이후 팍스 아메리카의 시대를 열고 있다. 각 분야에서 미국의 절대적 우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전술적인 정책들은 충분히 가공할 만하다. 정보 분야만 보더라도, 수십년 동안, 국가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정부가 계획하고, 의회가 승인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산업, 학계, 정부가 하나가 되어 제반 기반 구조를 구축하고,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운영, 관리하였다. 물론 타 분야에서도 정치, 경제, 국방, 학계, 기업들이 철저히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수단이 되어 왔다.

만약 미국 내외에서 이 이익에 반하는 경우가 발생된다면, 합법적인 혹은 비합법적인 경로를 통하여, 그 이익에 반하는 장애들을 가공할 정도의 실력으로 제거 또는 미연에 방지하는 몇 가지의 경우들을 우리는 충분히 보았다. (이미 많은 학자들이 밝혔듯이) 석유자원 확보 혹은 달러헤게모니를 위한, 테러 종식의 명분에 의한 감행된, 알카에다에 대한 아프카니스탄의 점령, 후세인데 대한 대이라크 침공, 유로화가 발행되자 3개월 뒤에 발생된 코소보 전쟁 같은 경우이다.

이 모든 상황은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미국의 이익과 대립되는 지역이나, 테러나 악의 축으로 지명된 지역에서의 민족과 민중 해방을 위한 투쟁이 더욱 치열하고 집요하게 진행될 수 없음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인류의 이익과는 별 상관없는, 단지 미국의 이익만을 위해 벌어지는 파괴적이고 비도덕적인 행위와 이로 인한 무구한 인간의 희생은 이미 도덕적 정당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서의 투쟁이 가공할만한 미국의 압력 때문에 비록 많은 부분에서 한계에 부딪칠지라도 더욱 철저하게 투쟁적이고 전투적인 양상으로 나타나게 된다면, 앞으로 전세계는 이제 새롭고도 혁신적인 진화적인 다른 형태의 해방 운동이 전개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