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의 재조명

 

글쓴이 이문근(전북대 교수 전자정보공학)

국제 분쟁의 원인

갈등이 존재하는 곳에는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갈등을 정당화할 수 있는 어떤 도덕적 또는 윤리적 명분이라 할지라도 그 배경에는 이 명분이 보장하는 직간접적, 또는 중장기적 이해관계가 숨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해에 대한 손실의 정도에 따라 갈등의 명분을 따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면 미국이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했는데, 그 명분은 테러와의 전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테러 때문에 미국 뉴욕의 쌍둥이 건물이 파괴되고 수천명의 사람이 희생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배후에는 미국 달러자본의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한 이해관계가 숨어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경제 강국임을 자랑하는 미국은 소련 해체 이후 최근까지 조금씩 위험한 경제적 공황 사태로 진입해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미국의 경제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국내외 경제 불균형 때문에 발생하는 필연적 결과입니다. 미국은 대내적으로 최악의 재정 적자 상황입니다. 대외무역적자와 대외 채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대외적으로 유럽연합(EU)의 형성과 유럽경제권의 통합(유로화)때문에 미국의 달러자본이 더이상 세계경제의 헤게모니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미국이 해야 할 일은 유럽연합의 유로자본을 약화시키기 위한 모종의 전략과 전술이 필요합니다. 미국은 유럽연합의 출범과 함께 코소보 사태를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유럽연합 경제의 에너지원인 동유럽과 중동의 에너지 자원을 봉쇄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침략전쟁입니다. 미국은 이러한 전쟁들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대량살상무기와 생화학무기 등에 대한 정보를 조작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연합 국가들은 어쩔 수 없이 이 전쟁에 동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유럽연합의 에너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닙니다. 근본적 방안은 미국의 제국주의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세계 자본주의체제의 변화입니다. 즉 미국 달러자본의 약화입니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독자적으로 미국과 대결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열쇠는 동아시아의 경제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경제‧정치적(정치를 경제의 표현 양식이라는 측면에서 이렇게 표현하고자 합니다) 주도권을 확실히 장악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눈에 가시 같은 장애물이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장애물은 다름 아닌 북한입니다.

북한 핵문제의 본질

사람들은 북한의 핵문제를 대단히 과소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북한 핵문제는 세계사를 바꿀 수 있을 만큼의 아주 중요하고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세계사를 바꿀 수 있다는 의미는 세계 경제‧정치의 구조적 변화를 의미합니다. 즉 일방적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정치적 구조를 균형과 조화를 요구하는 미국, 유럽, 동아시아의 삼각체제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무슨 황당한 논리냐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음과 같은 근거들을 따져보면 조금은 이해가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은 필사적으로 유럽연합의 경제‧정치력을 약화시켜야 합니다. 미국의 뒷마당이라는 남미는 말할 것도 없고, 석유자원과 미국달러의 세계화를 지원해주는 중동, 그리고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미국은 소련붕괴 이후 팍스 아메리카(Fax-America)의 시대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급속하게 형성한 유럽연합과 유로화로 미국의 이 시대는 위협받고 있습니다. 코소보 전쟁, 아프카니스탄/이라크 침공 등과 같이 이러한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미국의 여러 봉쇄 정책들은 일시적입니다. 또 중동의 반미, 반달러자본 세력의 형성도 절대 쉽게 볼 수 없는 위험한 저항입니다.

반면 유럽연합은 미국의 이러한 봉쇄 정책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교류에 매우 적극적입니다. 특히 과거 비단길과 담비길과 같이 유아시아대륙을 통한 교역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달러 종속적인 경제 구도를 달러와 유로화로 균형 있게 유지할 수 있는 각국의 외환보유정책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류아시아 대륙횡단 철도와 고속도로에 대한 공동투자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유럽순방과 특히 독일에서 받은 호의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유럽연합의 이러한 입장을 모를 리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이런 유럽연합과 동아시아의 경제‧정치적 교류를 미리 차단하거나, 차단할 수 없을 경우 이 교류의 인프라를 미국의 군사력과 달러자본이 장악하려고 합니다. 즉 미국의 군사적 보호와 달러자본의 지원 없이는 이 교류가 이루어질 수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유럽과 같은 단일형태의 경제‧정치권이 만들어지는 것을 절대적으로 반대합니다. 그리고 사실상 동아시아의 단일 경제‧정치적 통합이나 연합은 현재로는 불가능합니다. 정치적 이유는 최근에 동아시아 각국에서 일어나는 일본의 제국주의 청산에 대한 문제이며, 둘째 중국의 일등 국가주의(중화주의)입니다. 이 외에도 남과 북의 분단과 이 분단을 제공하고 유지하는 미국의 경제‧정치적 영향력도 또 다른 이유입니다. 경제적 이유도 정치적인 이유와 우사합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무엇을 우려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미국의 동아시아에 대한 경제적 종속성(일본, 중국, 한국, 대만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와 달러 및 무역 적자)이며, 이 종속성을 이용하기 위한 유럽연합의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경제‧정치력 약화입니다. 즉 유럽연합의 동아시아와의 경제‧정치적 교류입니다.

미국과의 무역에 기반을 둔 동아시아의 경제 구조를 보면 미국과 동아시아 국가들 간의 경제적 의존도는 매우 높습니다.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국채와 달러는 미국의 경제를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이런 문제는 역으로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의 달러와 경제적 의존도 때문에 미국보다 더 큰 위협을 받고 있을 수 있습니다 (현재의 환률문제는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이러한 동아시아의 달러자본에 대한 종속도를 유로화의 종속도로 조금씩 전환하려고 합니다. 최대한 달러와 유로가 균형을 이룰 수 있을 정도까지는 진행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유럽연합의 입장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국가는 어떠한 지역 또는 국가일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한반도, 남한과 북한입니다. 그 이유는 지정학적 중요성과 경제‧정치적 잠재력 때문입니다.

지정학적 이유는 이 지역의 핵심부에 위치한 공간적 특성과 나아가 남아시아와 호주지역을 연결할 수 있는 반도적 특성을 의미합니다. 즉 유아시아를 잇는 핵심고리라는 의미입니다. 여기에는 당연히 에너지 문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러시아의 에너지 개발 및 공급라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이 아무리 많은 자금을 투자하여 경제‧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한다 하더라도 지정학적인 조건은 인간의 힘으로 억지로 만들어 지거나 제조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자연이 우리에게 준 선물입니다.

또 다른 이유, 즉 경제‧정치적 잠재력은 역설적으로 동아시아에서의 일본과 중국의 경제‧정치력의 한계점을 의미합니다. 즉 일본은 아시아에서의 경제‧정치적 패권을 지행하기 때문에 엔화의 아시아 제패를 위해서 유로화의 유입을 방어할 것입니다. 동시에 제일등주의를 지향하는 중국의 국가주의 역시 정치와 더불어 경제적 일등주의를 위한 엔화에 대한, 그리고 유로화에 대한 견제를 늦추지는 않을 것입니다. 동북공정은 이러한 중국의 제일등 국가주의의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러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그리고 경제‧정치적 잠재력을 미국이 모를 수 없습니다. 그 중요성은 이미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한말 미국의 침략, 일본과의 비밀조약, 일본의 패망, 일본의 분단이 아닌 한반도의 분단, 한국전쟁, 독재에 대한 지원, 경제 침탈 등은 이것을 증명하는 역사적 증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한반도를 유럽연합과의 교류를 위한, 나아가 그 교류를 미국으로 까지 연장하기 위한 연결 고리, 즉 유라시아 자본과 물류유통의 메카로 확실히 자리 잡기 전에 미리 한반도를 장악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필요성은 매우 절실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은 남한을 항상 경제‧정치적으로 무력화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경제적 사례는 1997년에 일어난 외환위기 사태입니다. 그러나 남한만을 장악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남한은 북한 때문에 대륙과 분리된 섬에 불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미국이 북한을 경제‧정치적으로 장악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미국이 북한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지치고 배고픈 들개가 배가 고파서 음식을 먹고 싶은데 눈앞에 놓인 음식이 너무 뜨거워서 입술도 대지 못하고 씩씩거리다가, 식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한입에 덥석 먹으려다가 혀와 입술이 데여 끙끙거리면서, 주위에서 바쁘게 배회하며 저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하나 궁리 하고 있는 모습과 같습니다.

미국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북한을 장악하려고 합니다. 미국은 지금까지 55년 이상 북한을 경제‧정치력으로 무력화하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한국전쟁 전부터 북한을 경제‧정치적으로 북한을 봉쇄하고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미국의 봉쇄입니다. 북한의 기아사태는 이러한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세계 최대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국가가 힘으로 협박해도 통하지 않는 대표적 국가입니다. 북한은 세계 경제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국가가 돈으로 협박해도 통하지 않는 대표적인 국가인 것입니다. 언론에서는 북한 핵문제의 해결이 경제적 ‘보상’과 직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그것은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는 이미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핵폭탄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대량의 대륙간미사일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만약 미국이 북한을 핵폭탄으로 공격한다면, 동북아시아는 사람이 살지 못하는 곳이 되고 맙니다. 왜냐하면 핵전쟁이 일어나는 순간 한반도는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하고 맙니다. 땅 속 깊이 숨어 있는 사람들만 살아남을 것입니다. 북한에 핵폭탄이 떨어지면 동시에 일본의 주요 도시도 북한의 핵폭탄으로 모두 파괴되고 말 것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여파로 중국의 동부와 만주, 그리고 시베리아의 남부는 이미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서서히 변하고 말 것입니다. 미국에 있는 주요 도시에도 북한의 핵폭탄이 떨어져 모두 파괴되고 미국 전역은 서서히 사람이 살지 못하는 곳으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전쟁은 핵무기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핵무기를 사용한 미국은 북한에 상륙하여 지하에 있는 북한의 주력 부대와 전쟁을 치러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북한의 생산기지가 지하에 있기 때문에 북한의 주력부대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약 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미국이 초토화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한반도에서 5년 이상 전쟁을 수행할 수 있을까요? 초토화 된 동아시아에서 누가 미국의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5년 이상 지원할 수 있을까요? 설상 이런 전쟁을 치루고 미국의 의도대로 북한을 접수한다고 한들 초토화된 동아시아에서 미국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누구도 쉽게, 그리고 자신 있게 대답을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문제는 흔한 말로 ‘벼룩 때문에 초가삼간 태울 수 없다’는 정도의 북한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북한은 이미 이번 2월에 핵보유선언을 했습니다. 미국은 이에 대해 아무런 대책이나 조치를 취할 수 없었고, 없음을 우리는 언론을 통해서 알고 있습니다.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은 6자회담으로의 복귀나 안보리로의 회부를 주장하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만에 하나 미국이 북한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실험을 동시에 진행할 경우, 미국은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곤경에 처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북한의 핵실험을 빌미로 진행될 일본의 핵무장입니다. 이것은 일본이 바라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일어난다면, 일본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은 사라집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급격히 약화됩니다. 나아가 일본의 핵무장은 남한의 핵무장을 가져올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이와 함께 남한에서 미국의 영향력도 상당히 약화됩니다. 결과적으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경제‧정치적 영향력은 최소화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입니다. 동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 될 것입니다. 미국이 거의 손을 쓸 수 없는....... 이제 이 시점이 되면 미국의 경제력은 이미 50%이상 약화된다고 간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이용한 유럽연합의 경제력 강화로 미국은 세계경제의 1/3 수준으로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미국의 선택

그렇다면 미국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현재 미국의 선택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북한을 협박하면서 시간을 끄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을 끌면 끌수록 미국은 더욱더 불리해집니다. 시간을 끌수록 북한의 핵무기는 더 늘어나고 미사일 기술은 더 발전하게 됩니다. 미국이 해야 할 일은 이제 북한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등한 관계에서 수교를 맺는 것입니다.

우선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현재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전쟁이 발생하면, 그래서 한반도가 초토화되는 것과 같은 어떤 희생이 발생되더라도 이 전쟁은 정당한 전쟁입니다. 왜냐하면 아직도 북한과 미국은 휴전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빨리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평화협정은 우리에게 남과 북, 즉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고, 나아가 동아시아 및 세계 평화의 주춧돌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남과 북의 통일을 위한 외적 조건이 마련됩니다. 그리고 통일을 위한 형식은 연방체제와 같이 남과 북의 경제‧정치 체제를 서로 인정하는 어떤 형식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남과 북에서 군사대치 상황으로 소모되었던 남과 북의 천문학적인 예산은 평화와 통일과 복지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동시에 남한도 미국에 대한 종속적 관계에서 벗어나 대등한 관계에서 동아시아 질서를 위한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세계경제 발전을 위해서 활발한 경제교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교류는 자유주의 또는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미국의 일방적이고 침략적인 교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 경제교류는 윈-윈(Win-win) 하는, 서로 잘되어 상부상조하는 경제적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만에 하나 극한 대치 상황에서 북한에 대규모의 유럽연합 자본이 투자되고 이것을 기반으로 동아시아의 경제, 즉 자금과 물류의 허브로서 역할을 남과 북이 적극적으로 추진했을 경우, 미국은 말 그대로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어서 못 먹는 감 찔러보거나 다 된 밥에 고춧가루 뿌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유럽연합과의 동아시아 경제교류가 필연적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미국의 북한에 대한 투자는 뉴딜정책처럼 미국과 일본의 경제 회생뿐만 아니라 침체되고 있는 세계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전개된다면, 세계 경제‧정치구도는 미국의 일방주의에서 미국, 유럽연합, 동아시아의 삼각체계로 전환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중국-일본-러시아-남북한이 동아시아를 위해서 어떤 협력 관계를 가질 것인지, 그리고 미국의 달러자본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달려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예전처럼 미국의 일방주의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서방7개국정상회담(G7) 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같은 체제가 아닌 지구의 균형과 발전을 위한 공동체모델, 세계정부가 필요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

우선 요구되는 것은 남한 정부와 북한 정부의 민간 차원의 지속적 교류입니다. 이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교류입니다. 값싼 인건비 때문에 중국으로 진출한 기업들은 점진적으로 북한으로 옮겨져야 합니다. 북한 노동의 질은 세계적으로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중국에 투자한 자본은 중국 자본이 되지만, 북한에 투자한 자본은 우리의 통일 자본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통일을 미리 준비하는 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요구되는 것은 남한의 미국에 대한 자주성의 확보입니다. 경제, 정치, 군사, 문화에서의 미국에 대한 종속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특히 경제 부분의 미국에 대한 종속성을 빨리 줄여가야 합니다. 다원화 정책을 통해서 유기적인 경제 관계를 많은 국가들과 골고루 형성하여 우리 경제의 경쟁력과 자생력을 높여야 합니다. 국방도 마찬가지 입니다. 자주국방을 위해서 미군으로부터의 군사지휘권 회복, 평등한 관계에서의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나아가 미군의 감축 및 철수, 미국에 대한 국방력의 종속성 탈피 등을 이루어내야 합니다. 교육 및 문화적인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방적 미국 중심의 교육과 문화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또 요구되는 것은 바른 역사를 세우는 일입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 일본제국주의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일본제국주의 시절의 친일세력이 해방과 함께 친미세력이 되어 우리 역사의 발전을 방해했으며, 지금도 방해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이러한 세력들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민족의 통일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고 한반도의 미래를 위한 올바른 역사를 정확하게 다시 세워 나가야 합니다. 즉 일본제국주의의 잔재를 청산하고, 친미의 굴레에서 벗어나, 우리는 역사의 정통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이렇게 우리 역사의 정통성이 회복될 때, 우리의 힘으로 우리 사회의 풀뿌리 민주주의와 나아가 민족의 통일을 이룰 수 있는 위한 찬란한 미래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관점들에서 북한 핵문제도 재조명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