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자율성 : 자유, 창조, 진리

 

글쓴이 이문근(전북대 교수 전자정보학)


최근 서울대학교 ‘황우석 교수’와 전북대학교 ‘연구비’ 문제 등을 대하며 대학의 한 일원으로서 착착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다. 이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필자는 이 문제를 대학의 자율성 확보를 위한 거시적 측면에서 창조, 자유, 진리 관점으로 분석하고 싶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많은 차이점 중, 필자는 창의성, 즉 새로운 것은 창조해 내는 성질을 그 대표적인 차이점으로 말하고 싶다. 그 이유는 창의성을 통해 인간은 기존의 체제나 관습, 형식이나 내용, 정책이나 메커니즘에 안주하지 않고 인간의 권익을 억압하는 모순이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과 활로를 능동적으로 개발하고 개척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따라서 이러한 창의력은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제일 중요한 필수 조건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인간은 이러한 창의력은 어떤 조건 하에서 최대한 발휘할 수 있었을까? 그 조건은 자유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자유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칙, 절차 및 과정, 그리고 결과에 한정된 어떤 제약조건이 수반되고, 결과, 문제의 해결 방법이 획일화된 몇 개의 대상으로 규결되는 경우가 많을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를 진화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선택과 적응이 극히 제한되어, 최악의 경우, 인간의 존재가 극히 단순하고 단일한 환경적인 요인에 아주 취약하게 노출되어 인간의 존재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인간의 진화적 생명력 차원에서 자유가 전제되어야 하는 이유는 생존 선택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인간은 무엇을 위해 자유라는 조건에서 창의력을 발휘하는가? 미천한 필자에게 감히 말할 기회가 있다면, 감히 ‘진리를 위해서’라고 말하고 싶다. 진리란 인간이 자연과 인간 속에서 비로소 스스로 인간임을 깨달게 하는 이치와 원리라고 생각한다. 즉 인간이 다른 어떤 동물과의 구별되는 대표적인 차이점은 인간 스스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이치와 원리를 깨달기 위해 스스로 몸부림치는 활동, 즉 지적 생명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의 역할은 인간의 지적활동의 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대학의 현실을 직시하면, 상황은 매우 비참하다. 대학의 현실은 학문의 자유를 보장받고 창의력을 발휘하여 진리를 탐구하는 것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성과주의와 수요자 중심이라는 경제논리에 급급하여 대학을 서열화하는 정책을 정부와 교육부가 대학에 강요하고 있다. 과거,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군부독재에 의한 학문의 억압이 있었다면, 지금은 경제논리를 부르짖는 기득권의 신자유주의에 의한 학문의 억압이 있다. 이 신자유주의의 논리는 성과주의, 수요자중심 교육을 강요하는 경제논리이다. 이에 대한 최근의 책임은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에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한 김대중 정권과 이해찬 전 교육부장관(현 총리), 그리고 그 뒤를 잇는 현 정권과 교육부에게 있다.

7년전 김대중 정부는 소위 ‘IMF’에 의한 구조조정의 연장선상에서 대학의 구조조정을 강행했다. 그 핵심 내용은 기업에게 투자 대비 높은 생산성을 강요하는 논리처럼 대학에게 교육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유사학과를 학부로 통합을 강요하는 소위 ‘학부체제’로의 전환이었다. 그리고 정부는 교육부를 통해 대학의 구조조정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BK(Brain Korea)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 BK 사업과 상반되게 최근 몇 년 동안 산자부와 정통부를 통해 ABEEK(산자부)과 NEXT(정통부) 사업을 대학에 강요하고 있다. 이 사업의 취지는 학부통합이라는 BK사업과는 상반된 학부전공의 세분화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교육부는 BK사업의 연장선상에서 ‘대학원 통폐합’이라는 취지로 Post-BK 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이는 성과주의와 수요자중심이라는 신자유주의 논리를 주장하는 일관성 없는 정부 대학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현재 우리 대학의 교육 정책은 매우 비극적이다. 대학은 신자유주의 논리에 학문의 자유를 빼앗기고, 대학운영에 필요한 경제적 자유를 빼앗기고, 교육과 인간의 가치를 경제적 상품 가치로만 평가하는 물질만능주의적, 결과만능주의적 사고에 교육 정신과 철학이 빼앗기고 있다. 결과, 자율성이 상실된 대학에서 자율성을 가진 대학인을 어떻게 육성한다는 말인가! ‘교육부가 없어져야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진다 ’라는 말이 공공연한 말이 아니다.

최근 서울대학교 ‘황우석 교수’와 전북대학교 ‘연구비’ 문제 등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이 스스로 학문의 자유를 위한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모든 것은 수동적이고 제도적인 평가만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나아가 대학 스스로 이러한 문제를 스스로 진단하고 해결하고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정화능력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대학은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신세대의 가치를 창조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인간의 역사발전이 정치경제적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던 것처럼, 대학의 역사발전 또한 진리 탐구를 위한 학문의 교육과 연구를 위한 정치경제적 자유의 확보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