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만나다

 

글쓴이 열린전북 편집부

일 시: 9월 25(월) 오후 7시
장 소: 송천동 호남각
참석자: 손학규(전 경기도지사)
이문근(편집위원장)
채수홍(편집부위원장)
이만석(전임기자)
이정덕(전북대학교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
사진, 정리: <열린전북>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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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화제를 몰고 다니는 한 정치인이 있다. 헝클어진 머리와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이 잘 어울리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다. 5.31 지방선거가 끝나고 100일 민심대장정을 선언한 그는 지금껏 하루도 쉬지 않고 전국 방방곡곡을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이날로 벌써 88일째다. 그는 민심대장정을 하면서 세찬 풍랑이 이는 바다에서 어부들과 함께 물고기를 잡았고 어두컴컴한 탄광의 막장에서는 광부들과 어깨동무를 했다. 민심은 이제껏 보지도 듣지도 못한 정치인의 발걸음을 반겼고 언론 역시 검게 그을린 그의 얼굴과 움직임을 연일 쫓아다녔다. 손학규의 야성을 주목한다는 이유였다. <열린전북>은 9월 25일 저녁에 전주의 한 음식점에서 손학규 전 지사를 만났다. 이날 오후까지 임실의 한 시골에서 배를 따고 치즈를 옮겼다는 그의 얼굴은 빨갛게 익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힘찬 목소리에는 생생한 현장에서의 경험이 녹아있었다. 전북의 민심이 원하는 정치는 무엇인지 많은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입을 연 그의 손에는 볼펜과 지금까지의 민생탐방과정을 기록한 검은 수첩이 들려있었다. <열린전북>은 전북을 방문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밥을 먹으며 민심대장정을 하는 의미를 알아보고, 비뚤어진 사회현실에 대해서도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
-편집자


채수홍- 이번에 민심대장정을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손학규 -가끔 그런 질문 받는데 어떤 한 사건, 지역이라고나 할까 그런 것이 기억에 남는 것은 없습니다. 예를 들면 관광체험이나 문화기행의 여정이라면 뭔가 인상에 남았을 텐데, 체험기행이 아니니까 그런 질문을 받을 때 가장 난처해요. 처음의 의도가 그런 식의 접근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것보다도 누구나 어려울 것이다 생각을 하고 실제로도 그런 마음으로 일을 했습니다. 조그마한 비유지만 사과밭에 가서 일을 한다고 하면 사과를 따는 가보다 해서 갔더니, 아직 딸 때는 안됐고 사과 열매 위에 붙어있는 잎들, 열매를 가리고 있는 조그마한 잎들을 따달라는 이야기예요. 충격이라면 오히려 그런 것들이 더 충격이지요. 사과하나 먹는데 거기까지 손이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햇볕을 잎사귀가 가리니까 거기만 착색이 안 되고 파랗게 남아있는 거죠. 그전에도 사과밭에 가봐서 밑에 은박지를 깔고 빛을 반사시켜서 밑에도 색을 들게 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위의 사소한 일들은 사과밭에 시찰을 간다던지, 도지사로서 가고 그럴 때는 몰랐던 것이지요. 그런 잎이 하나 있음으로 해서 가격이 팍 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한 과정이 농민뿐만이 아니라 밥상에 들어오고 입에 들어오는 음식에 모두 연결되어있습니다. 또한 그런 일들의 하나하나가 얼마나 많은 땀과 노동에 의해 이루어지는가 하고 놀랐습니다.

채수홍-기행은 기행이지만 세부적인 기획이 안돼서 오히려 배웠던 것이 많았다는 말씀이시죠? 그렇다면 민심탐방은 언제부터 계획하셨습니까?

손학규-100일 체험 자체는 기획된 거지만 세부적으로 기획되지 않은 것들이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게 한 것 같습니다. 아울러 꼭 힘든 발걸음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요즈음 정치가 국민의 생활과 가까워져야 한다는 당위를 생각했습니다. 지금껏 보면 우리나라는 국민생활과 관계없이 정치인을 위한 정치, 그 자체를 위한 정치가 되어왔습니다. 그래서 정치가 국민에게 좀 더 가까이 가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내가 이것을 구상한 것은 한 1년 쯤 됩니다. 사실 내가 도지사가 되기 전에도 이런 형태는 아닙니다만 경기도 전역을 쭉 돌고 민가에서 자기도 하고 그런 산 경험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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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덕- 민심대장정을 하면서 보니까 국민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가 있었습니까?

손학규- 솔직히 내면까지는 모르지만 농민, 어민, 일부 근로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나하는 것들을 직접 같이 생활하면서 보니까 몰랐던 것들이 보였습니다. 체험을 하면서 보는 게 아니라 생활을 하면서 지켜보는 것이잖습니까. 어제는 임실에 있는 민가에 들어가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던 방에서 그분들을 내쫓고 거기서 잤어요. (웃음) 이튿날 아침 일찍부터 4시 전까지 일을 했어요. 정말 느낌이 다르더군요.

채수홍-그런데 이런 고행과 삶의 현장을 돌면서 정치인으로서 현장에 대한 경험과 내공을 쌓으신 것 같은데요, 이런 경험들이 명확히 어떤 비전과 연관이 되는 것입니까? 이런 것을 하고 나서 내가 이런 식으로 정치를 잘 해야겠다는 비전을 가지게 된 것이 있습니까?

손학규-아직 그런 이야기를 하기는 이릅니다. 100일 동안 돌아다닌다고 해서 세상사를 다 알겠어요? 100일 돌아다닌다고 해서 서민들 내면세계까지 다 볼 수가 없죠. 그러나 일반 서민들 생활 속에 같이 들어가고자 하는 노력이 내 마음 자세를 조금이라도 바꾸어가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탐방을 하면서 얻는 깨달음이입니다. 또한 나를 보고 생활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아 이런 정치인들이 우리를 가까이 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구나’ 라고 자각하여 한 두 사람이라도 인식을 하고, 그런 사람을 통해서 세상을 조금이라도 알고 하면 우리에게 만연되어있는 정치에 대한 불신을 조금이라도 고쳐나가는데 한 디딤돌은, 벽돌 하나는 쌓을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정덕- 정치를 하실 때나 도지사를 지내면서 했던 생각과 직접 부딪치면서 일하는 민생현장에서의 느낌은 상당히 다를 텐데요?

손학규-하늘아래 새로운 것이 없듯이 세상일이 그렇게 혁명적으로 달라지고 그러지는 않습니다. 다만 총체적으로 삶의 어려운 것을 보고, 개별적인 지역에 따라서, 분야에 따라서, 사회적인 계층에 따라서 각기 이런 문제가 구체적인 어려움이고 더불어 어떻게 해야겠구나 하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현장에서의 땀을 흘리면 이런 것들을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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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홍-앞으로 이러한 깨달음을 어떻게 현실정치와 연결시킬 수 있겠습니까?

손학규-어떻게 바꾸어야겠다는 것은 과제이겠지만 이런 과정이 현실정치를 할 때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얼마 전 속초에서 새벽에 배를 3시에 탔다가 8시에 돌아왔는데 망을 설치해놓고 이틀에 한 번 걷어 올리는 것이었어요. 한 시간을 나가는 거니까 좀 멀리 나가는 것이었지요. 15톤짜리 배 두 척이 나가서 선원이 각각 네 명씩 여덟 명(나 같은 사람 빼고) 씩 일했어요. 새벽3시에 나가서 오전 8시에 돌아왔는데, 그렇게 해서 잡은 고기를 팔고 보니 돈이 30만원 정도였어요. 그 때가 성어기가 아니고 여러 가지 조건이 특히 나빴던 경우였답니다. 선원 네 명이 나가는데 기름값만 20만원이 든다고 했어요. 그런 현실을 보면 어민의 가정형편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알게 됩니다. 앞으로 무슨 정책을 이야기할 때 이를테면 농, 어촌 면세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면 그 때 기름값으로 20만원이 나갔는데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보고, 비닐하우스 농사를 할 때도 기름값 때문에 제대로 수익을 못 내고 허덕이는 광경을 내 눈으로 봤는데 어떻게 고려할지 생각해본 기회들이 앞으로 정책을 펴나가는데 기반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이정덕-전라북도에서는 임실 들러서 오신 거죠?

손학규-임실, 남원 들러서 왔지요.

채수홍-전라북도에서 앞으로의 일정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손학규-전주하고 정읍을 들러 군산까지 돌아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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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홍-전주하고 정읍에서는 어떤 일을 하실 예정이십니까?

손학규-가봐야 돼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이 현지에 가서 궁합이 맞아야 하니까요.



이문근-혹시 인력시장에는 가보셨습니까?

손학규- 어느 지역에서 새벽에 가보기는 했어요.

이문근-인력시장의 일용직 근로자들은 새벽부터 나가서 대기하고 있다가 부르는 대로 가야합니다. 자신의 의지는 전혀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디로 나갈지도 모릅니다. 수동적인 노동조건에 놓여있다는 말입니다. 그런 상황을 겪어보셨어요?

손학규- 인력시장에서 일거리를 알아보지는 못했고 그냥 보기만 했습니다.



이문근- 전라북도 상황이 그렇습니다. 인력시장을 간다고 해서 오늘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한 기대도 없습니다. 1주 노동이 보장되거나 그런 것이 없거든요.

이정덕-전라북도에서 달라진 점이 있는지 느껴지는 것이 있습니까?

손학규- 있습니다. 내륙 쪽으로 갈수록 더 어렵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남원과 임실에서 좀 일을 해봤습니다. 남원은 벼를 벌써 베요. 남원의 고도가 450미터라고 하더군요. 운봉에서 어제 벼를 베는데 일요일이라고 해서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왔어요. 그래서 아침부터 주로 콤바인이 베긴 하는데, 분지지역이라 논에 물이 잘 안 빠지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별 수 없이 손으로 해야 한다고 해서 주변을 다 쳐줬지요. 아침부터 오후 5시정도까지 그렇게 일을 했습니다.


이만석 -민심을 많이 이야기 하셨는데요, 가장 힘든 것이 뭐라고 보세요?

손학규- 꼭 힘들었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힘든 게 아닙니다.

채수홍-저희가 생각하기엔 그래도 체력적인 문제가 가장 클 것 같은데, 체력이 좋으신 비결이 있으신가요? 현재 같은 체력을 유지하시는 것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비결이 있으십니까?


손학규- 농촌에 있고 땅을 사랑하고 농사짓는 사람들은 365일 그렇게 일하잖아요. 잘 먹고, 잘 누고, 잘 자고 그러면 건강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채수홍-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상태가 많이 좋으십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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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덕- 국회의원이나 도지사를 서울에서 하셨는데 혹시 다니시면서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점이 있었다면 무엇입니까?

손학규-많이 있습니다. 어렵지요. 같은 농사를 지어도 이를테면 수도권에서 배추농사를 짓는다고 할 때 남양주에서 짓는 것과 남원에서 고랭지 채소를 지었다고 할 때 물류비 문제 등이 있어요. 중요한 것이 시장과의 근접성인데 그것이 가장 크죠. 아무래도 서울이 시장도 크고 가격도 높은데 지방은 멀리 떨어져있으니까 기회가 적고 그만큼 비용도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지방의 농민들이 부담해야 할 몫이 늘어납니다. 공업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이만석- 지금까지 100일 민심대장정을 통해 많은 활동을 하셨는데요. 힘들게 일하시면서 느꼈던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손학규-무슨 논술고사 같네요(웃음). 노동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요. 노동은 우리가 젊어서 배우고, 젊어서 생각했던 대로 신성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런 것을 느낄 때 우리는 참 송구스러운 마음을 가져야해요.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한정된 시간과 강도로 움직이는 것과 업으로 일하는 것은 차이가 있어요. 그래서 제가 일할 때에도 똑같이 들어가서 똑같이 나오게 하고 관리자가 들어오지 않게 했었는데, 그러면서도 사실은 혹시 시간이 초과됐는데 제대로 견딜 수 있을까, 내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했었어요. 제 키보다 훨씬 큰 7자, 2미터가 넘는 통나무, 무게로 치면 70키로 정도 된 그걸 받치고 50미터 가까이 올라가고 그랬으니까요. 하여튼 삽질도 그 사람들하고 같이 하고 함께 먹고 농사짓고 어느 정도 일을 해줄 때 마음이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일을 마무리 할 때 마음이 기쁘고 행복하고 노동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다만 그것을 일상생활로 하는 노동자, 농민들의 형편을 사회 전반적 시스템이 비추어봤을 때, 또한 세계수준에 비추어 봐도, 그 정도의 일을 하면 잘 살 수 있지만 아직도 많은 농촌 사람들의 경우와 비정규직 같은 사람들은 그만큼 대우를 못 받고 사회적으로 만족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론적인 숭고함. 이렇게 이야기하기에는 사회적으로 송구스러운 면이 많이 있죠.

손학규-<열린전북>은 정치잡지가 아니죠? (웃음)

채수홍- 아닙니다.(웃음) 그래도 손 전 지사님과 면담을 하면 100일 대장정과 대권을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을 거 같습니다. 대선에 나와야겠다는 의지나 생각의 변화라던가 할 일이 많아진 것 같다는 등의 변화가 있으세요?

손학규-대선에 대자가 들어가는 이야기는 안하기로 했으니까 넘어가겠습니다.(웃음)

채수홍-알겠습니다.


이만석- 일각에서는 민심 대장정에 정치적 의미가 깔려있다고 하는데 정확히 현재 하시는 민심 대장정의 목적과 의미에 대해서 간략히 말씀해주십시오. 정말로 하시는 뜻과 목적이 무엇입니까?

손학규- (손사래 치며) 내내 그 얘기 했잖아요.(웃음) 하지만 이전보다 지방에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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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덕- 손 전 지사께서 경기도 도시자로 계실 때 수도권총량제 였던가요? 서울에서는 완화해달라고 했고 지방에서는 마구 반대하고 했었는데, 그것에 관한 말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손학규-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서는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어디 가나 지방에서 이야기해도 수도권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은 살려야 합니다. 그것이 나라 잘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것하고 지방하고 별개라고 보는 것은 잘못입니다. 정부에서 균형발전 이야기 했지만 균형발전이 진전된 것이 어느 시점이냔 말입니까. 얼마만큼 지방발전을 위해서 투자하고 자율적인 권한을 줄 생각이 있느냐의 문제지요. 균형발전의 미명 하에 지방분권은 훨씬 후퇴했고 수도권과 지방간의 균형이 더 나아진 것도 없습니다.

이정덕- 저도 거기에 동의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 이전에도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악화됐고 지금도 악화되고 있고 일면에서는 양쪽 다 발전할 수 있지만, 재정적 문제나 자본의 양을 봤을 때에는 어느 정도의 제로성게임도 존재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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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수도권에 재정을 더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죠. 지금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철저히 세계경제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경제의 경쟁 속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번에 대구에 갔을 때 파주 ‘엘지필립스’를 구미에서 빼앗아 갔다고 난리치고 지난 번 선거에서 그것이 최대의 이슈였다는 것입니다. 그런 현장을 보며 구미시도 그렇고 경상북도에서도 그렇고 난 분명히 이야기했습니다. 구미에 있는 것을 파주에서 가져간 것이 아니고 대만에 갈 것을 대한민국에 붙들어 놨다고 말입니다. 일단 붙들어놓고 파주 엘지필립스를 전세계 기업사상 유래가 없이 2년 6개월 만에 그 큰 단지를 완공시켜줄 수 있던 행정서비스를 이야기했지요.

이정덕- 외국과 경쟁하는 면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입니까. 실제 기업에서 투자할 때 서울에 투자할지 지방에 투자해야할지 고민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리고 서울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지방으로 오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것이 경쟁성을 해치는 경우도 있지만, 지방에 도움이 되는 면도 있습니다.

손학규- 그러니까 지방에 할 수 있도록 여건 마련해주고 지원할 것 지원하자는 이야기예요. 그런데 사적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을 하고 싶은 데서 못하게 규제하고 다른데 가서 하라고 하면 이 기업의 비용이 그만큼 늘어나니까 단순히 기업을 옮기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이 기업의 국제적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말이지요. 사안을 잘 분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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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석- 노동문제와 관련된 질문 하나만 더 드리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지 않습니까? 특히 공공기관에서 청소하거나 시설관리 하시는 분들이 근로삼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근무조건도 굉장히 열악한데 그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들이 노동삼권을 인정 받아야하는지, 아까도 말씀하셨다시피 현재하시는 민심탐방과 관련해 특별히 많이 느끼셨을 것 같아요.

손학규-지금 여기서 결론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비정규직도 시설 관리 등 공공기관에 의해서 공식적으로 채용된 경우는 상대적으로 괜찮아요. 시청소속 등, 그런데 하청업체에서 임금을 받고 인력공사에서 임금을 받는 그런 경우는 일률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중소기업은 사실 살아남기 힘듭니다. 이론상으로 노동현실을 규정하면 기업 대 노동자, 이렇게 구분을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노동자와 차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능력이 없는 회사들이죠. 그런 사회적인 현실이 워낙 복합적이기 때문에 비정규직 하나만 놓고 보면 맞는 이야기인데, 모든 영역에 확대시켜 극단의 예로 가면 난감해집니다. 하나의 사례로 농촌을 말 할 수 있습니다. 농촌의 아주머니들이 종일 일하면 2만8천원에서 3만5천원, 아주 특별한 작물들이 나오면 4만원 받기도 하는데, 새벽 다섯 시 반부터 나가서 일하고 합니다. 안타깝지만 아직도 소규모 공장에 가면 30시간 노동제가 많이 있고 그 회사는 그 이상의 지불능력이 없는 거예요. 그런 것들이 계속 개선이 되어야 하는데 실제 나아지지 못해서 딱한 사정들이 많아요. 그러나 저는 절대 이런 문제를 이데올로기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것 때문에 제가 더 민심대장정에 나선 것이기도 합니다.

이만석- 그렇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자자격이 무시된 부분은 이데올로기적으로 다가가면 안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손학규-아닙니다. 그 어려움을 인정한다는 말입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이라고 하면 이데올로기적 접근이 많은데 꼭 그런 방식으로만 다루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문근- 오늘 ‘여의도통신’ 창립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간파하고 비판적으로 몰입해가는 언론매체인데요.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나라에 진정한 보수는 없다. 한나라당은 진정한 보수가 아니다. 역으로 이야기하면 열린우리당 또한 진정한 진보가 아니다 라는 말입니다. 손 전 지사께서는 한나라당 소속이지만 우리의 보수가 극복해야할 문제점, 예를 들면 반민족 문제 같은 경우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과연 진정한 보수는 어떤 이념을 가져야 할지 생각을 해보신적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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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보수, 진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대단히 잘못되고 편향된 생각이 보수,진보로 나누는 것입니다. 즉 대부분이 잘못되고 편향된 시각으로 보수, 진보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내가 이번 민심대장정에서는 한나라당 당직자모임이나 정당을 극구 배제하는데 그래도 간혹 그런 모임이 있을 수가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자리를 마련하면 당직자들이 밤에 찾아옵니다. 그러나 공식적인 자리는 거의 당직자들로 하는 경우가 없어요. 한나라당이 지금처럼 보수만 표방하는 한 결코 다음에 집권을 할 수 없습니다.

손학규-한나라당이 개혁을 상대방한테 뺏기는 한 집권은 안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보수라고 하는 것은 영국, 미국사회에서의 보수처럼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에 기반 한 것이 아니고 수구, 냉전, 반공 등이 바탕이 되어 나타난 세력이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이 자칭 보수정당이라고 말 하는데 이것은 강조할 이야기가 아닙니다. 보수주의를 지키는 것은 시장자유민주주의나 시장자유경제를 지킨다고 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그 보수주의의 전제는 끊임없는 자기혁신과 자기개혁이라는 거죠. 역으로 진보주의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왜곡된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그것이 이 노무현 정권을 망쳐놓은 것 아닙니까? 보수, 진보 논쟁은 한 번은 거쳐야 되는 흐름이긴 하지만 벌써 시대에 뒤떨어진 것입니다.

이정덕-문제는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보수라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진보에 대해선 이제까지 개혁세력들이 집권하고 있는데 정치를 잘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손 전 지사님은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가지고 있는 보수이미지와 좀 다릅니다. 그래서 지사님을 어느 범주에 넣기가 어려워서 한나라당 지지하는 사람들도 애매모호해 하고 나머지 응원하는 지지자들도 어리둥절해 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혹시 지지율과 비례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채수홍- 전북까지 오셨으니 <열린전북> 독자들에게 인사말 좀 해주십시오.

손학규- 전북에서 지식인들이 중심이 돼서 전라북도와 대한민국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언론매체를 운영한다는 것이 참 반갑습니다. 일하는 지식인들이 꼭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전북이 어렵다는 것도 피부로 느껴집니다. 전북이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전북은 전북대로,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국가적인 차원대로 만들고 실천해서 그간의 노력이 꼭 결실을 맺기를 바랍니다. 저도 꼭 같은 대열에 설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민심대장정을 하는 뜻도 액자에만 걸려있는 실사구시가 아니라 실제 국민생활에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것 하나라도 책임지는 정치가 되어야 할 것이고, 지식인들이 전라북도를 살리겠다고 하는 운동도 액자에 걸려있는 그런 이념에 스스로를 묶지 말고 정말로 실천적인, 정말 작은 거래도 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찾는 노력이 되길 바랍니다.



손학규- 제가 왜 이런 말을 하냐면 <열린전북>은 제가 생각하는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노력을 전개해 나아가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지식인운동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시민운동이 그렇지 않다고 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이념적인 틀에 갇히고,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상당히 고착화되고 첨예화된 틀에 묶여서 벗어나지 못하는 면이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식인운동이 가장 크게 경계해야할 면이지요. 저 자신이 젊어서 학생운동, 민주화운동, 대학운동, 대학교수도 하고 그러면서 그런 것들을 저 자신도 느끼고 했습니다만 우리 지식인운동이 벗어나려고 해도 한참 가다보면 그렇게 묶여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 지식인들의 속성인 것 같아요. <열린전북>은 그런 관념적인 운동이 아닌 우리나라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서로 편하게 할 수 있고, 서로 나누면서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 선구적인 역할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문근- 오늘 피곤하신데도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