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에 서서

 

 

계절을 혼자 쳐다보면

세월의 막막함은 어떤 침묵보다 무겁다

 

한여름이 지나가고 마당까지 나가 있던 햇빛은

겨울이 되자

마루를 지나 문턱까지 기어들어온다

 

여름 동안의 마당 가득하던 적막은

겨울이 되면 손을 씻고 다가와

마루 가득 따뜻함을 즐긴다

 

장독을 중심으로

소박한 몇몇의 꽃송이와 탐스러운 과일송이들

철이 지나가며

한적한 장대비와 복스러운 함박눈 속에

올해도 살이 찌고

 

담장 안 가득한 텅빈 풍경

내 마음은 아직도 아이 때처럼 꿈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