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焚身

 

 

하얀 독약이라도 심장에 붓고 싶다

해 뜨면 터지는 봉숭아처럼

붉게 타오르는 두 눈 뜨고 있다면

 

마지막 호흡을 가다듬고

피 토하는 내 모습을 보고 싶다

달뜨면 깨어나는 선인장 가시처럼

나프탈렌 향기 풍기는

아득한 그리스 신화 너머

아틀란티스 보랏빛 꿈을 꾸고 싶다

 

분말처럼 흩어지는 하늘 한 자락

암흑처럼 찬란한 태양을 보고 싶을 뿐이다

다음 생, 나는 무엇이 될까

바다 속 저음으로 침몰하는 화석이 될까

의식 없이 묵음으로 사라지는 수석이 될까

 

천년 기다린 비바람이 스쳐지나간 뒤

싸리 꽃 차가운 나의 분신分身

산산이 허공에 흩뿌려 날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