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석강에서

 

 

바위는 겹겹이 쌓인 제 고통을

그저 곱게만 풀어 헤치고 있다

한 마리 물새처럼

생의 끝자락에 닿기 위해 날개를 펴고

 

시간의 거친 손길은

아직도 내 마음에 머무르고 있는데

불멸의 하늘과 바다만 끝없이 쳐다보며

다시 내일의 꿈을 꾸지만

홀로 서 있는 나는 먼 바다의 작은 바람이나 되고 싶다

 

누군들 바다에 와서

바다와 같은 삶을 생각해 보지 않았겠는가

누군들 바다에 와서

세상 뒤로 하는 죽음을 생각해 보지 않았겠는가

 

절벽과 절벽 사이,

내 마음과 네 마음 사이

서툰 그림자 자꾸만 밀려간 사이

비운 가슴을 채우는 그 많은 침묵의 소용돌이

그 이후에 마침내 환한 바닷길을 열고 있다